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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Jun 20. 2017

동화책 두 권

 동화책을 두 권 사왔다.


 내용보다는 일러스트에 꽂혀서 사 온 동화책은 내가 어렸을 때 흔하게 접했던 동화들과는 달라 읽으면 읽을 수록 당황하게 된다. 내가 읽던 동화는 권선징악은 기본이고 효 사상과 반듯한 교훈이 양념처럼 녹아있는 드라마였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읽히는 동화는 자아실현, 사회생활, 교육이 주요 키워드로 구성되는 자기계발서가 된 것 같다.

 

 고리타분함보다 진보적이라 좋은 듯 하면서도 강요받는게 많아 참 피곤하겠다 싶다. 똥도 잘 싸야하고 먹는 것도 잘 먹어야 하고 친구도 잘 사귀어야 하고 욕심도 부리면 안되며 그 안에서 자기 취향을 명확하게 주장해야 하고 주장하면서 떼는 쓰면 안되고 가족을 사랑해야 하고 상상력도 풍부해야 하며 과학, 문화, 문학, 외국어 심지어 코딩(!)까지 무려 '재미있게' 익혀야 하다니...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장난을 치다가 좀 과격해지면 혼이 나거나 골탕을 먹어도 결국은 둘러 앉아 다같이 헤헤 웃으면 만사 OK였던 내 어린시절의 동화는 참 행복했던 거구나 싶다.


 한편으론 우리 아이에게 어떤 동화를 들려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동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부모가 아이에게 동화를 꾸준하게 읽어 주는 것 만으로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 그래도 아이가 커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내용도 중요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내가 내용을 일일이 보고 고르면 그것이 검열이고 내 취향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행위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교육이라는 것이 참 복잡하다. 이 정도까지만 하면 되겠지라는 가이드라인이 딱히 없고 지금 행하는 교육이 나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보니 굳이 욕심내는 것이 아닌데도 항목이 늘고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내 아이가 세상에 나서 자라 한참 동화를 읽을 때는 이 항목이 더 늘어있을까? 그때까지도 나는 기준점을 찾지 못해 아이에게 올바른 지침이 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불안과 책임감이 '돈'과 '시간'으로 치환되어 아이에게 부담이 되는 시대에 중심을 잘 잡는 부모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다 이것도 욕심인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 들어 허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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