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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May 26. 2017

19주에 이 정도 몸무게 어떤가요?

예뻐, 그냥 다 예쁘다고

[00주에 이 정도 몸무게 어떤가요?]

[임신하고 살이 너무 많이 찐 것 같은데 어쩌죠?]

[만삭에 몇 키로까지 찌는게 정상인가요?]



 임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쯤은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고 나니 모르고 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배가 아픈데 혹시 문제가 있는건지, 팬티에 피가 묻어나는 이유는 무언지, 이 음식 저 재료를 먹어도 되는지 아닌지 등등. 주수가 쌓여가고 주변에 묻기엔 민망하거나 사소한 문제들이 늘어가며 자연스럽게 몇 개의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게 됐다. 


 정보를 검색하고 비슷한 증상을 찾고 때론 문의 글을 남기며 눈을 뜨면 접속하고 눈을 감을 때야 커뮤니티에서 벗어나는 생활을 한 지 어언 2주. 덕분인지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SNS와 브런치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아니지, 발길을 끊은게 아니라 커뮤니티 눈팅에 빠져 다른걸 눈팅할 정신이 없어졌달까.


 커뮤니티의 '질문방'에 올라오는 사연은 대체로 패턴이 비슷하다.

'새로운 증상 발견! -> 공포 혹은 호기심 -> 질문 -> 공감 -> 안도와 해결 -> 다시 새로운 증상 발견!' 나를 포함한 많은 수의 임산부들이 40주의 임신기간을 공포와 불안으로 꽉꽉 채우며 보내는 것 같았다. 자매품처럼 따라오는 죄책감은 덤. 


 나로 인해 내 아이가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로 인한 죄책감이 매일 매일 게시판의 페이지를 채우는 가운데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공감과 치유를 건내는 문화. 


 어느새 나 역시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의 글에 댓글을 달고 내가 느끼고 있는 증상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묻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것만큼 큰 위로가 세상에 있을까...?!


 구독하는 게시판이 늘어가며 자연스레 속독의 기술도 올라갔다. 

'조회수와 댓글수가 많은 글 먼저. 자극적인 제목의 글도 재미있지. 오오 이 글 쓴 사람 나랑 비슷한 성향인가봐. 어머 세상에 뭐 이런 사람도 다 있담.'


 그리고, 제목만 쓱 보고 스크롤을 내려버리는 글도 생겼다. 

'00주에 이 정도 몸무게 어떤가요?'류의 글들이 대표적.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건너 아는 사이엔 과체중으로 임신해 임신성 당뇨 증상을 겪고 만삭까지 6키로 이상 체중이 늘면 안된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도 있던 터라 몸무게 관리의 중요성을 여러 번 전해 듣기도 했었다.(아이와 태반의 무게만 해도 5.5~6키로 정도라 하니 그 친구는 아예 몸무게가 늘면 안된다는 가혹한 진단을 받은거다.) 


 하지만, 그런 류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체, 임신한 내 몸의 몸무게가 어떤지를 왜 남들에게 재단받아야 하는가? 다른 사람과 내 몸무게를 비교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언가? 한달에 고작 2~3키로, 일주일이면 0.몇 단위의 몸무게가 늘어난 것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임산부는 다 예쁘다. 당신들은 다 예쁘다. 내가 임산부여서, 허벅지에 셀룰라이트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통상적 기준'의 과체중 임산부가 나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어떻게 예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기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의 몸이고 2세의 탄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감내하고 있는 몸이며 또 다른 유형의 여성으로 거듭나는 중인 몸인데.


 요즘엔 팔, 다리는 말랐는데 배만 불뚝 나온 D라인의 임산부가 유행이란 글을 보면 눈물이 다 난다. 미디어가 한 역할 또 단단히 했구나. 

 호르몬의 영향으로 허벅지와 엉덩이에 살이 쌓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인 임산부가 마른다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몸매에 대한 걱정을 말하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 

 다 알고는 있는데, 주변 사방에서 임신한 여성에게도 몸매 관리를 강요하고 일부 무식한 사람들이 살쪘다 나무라니 익명의 공간에 몸무게를 까고 몸매 사진을 올리며 내가 '정상'인지를 확인받아야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심정을 너무 잘 알아서 다시 한번 적자면 '당신들은 정말진짜완전너무 아름답다'


 임신하기 전의 몸매와 확연히 달라진 변화에 놀랄 수 있지. 허벅지에 갑자기 살이 붙어 맞는 아랫도리를 찾기 어려워지면 우울해 질 수도 있고. 놀라고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하소연을 하게 되는 것도 당연해. 다만, '너무' 살이 찐 것 같다며 자신을 탓하고, 임신했지만 체질적으로 날씬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살이 더 찔까 겁나 임산부 다이어트 같은 것을 하며 자신을 학대하진 말자. 



 나부터도 그러지 말자.

 내 주변의 임산부를 내 기준으로 함부로 재단하지 말자.

 당신이 예쁘다 아름답다 좋은 말만 들으며 건강한 기분으로 아름답게 출산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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