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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Jan 07. 2018

[밀려 쓰는 육아일기] 생후 50일까지

용을 어찌나 쓰는지

'끄으으응~~~끄응~~~끄으으으으으으애애애앵~~~'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는 끼이잉 끄으응 앓는 소리를 쉼없이 낸다. 밤새도록 끙끙대는 소리에 초보 엄마는 이게 정상인건지 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폭.풍.검.색.하느라 정신이 쏙 빠질 지경.


 때론 용을 쓰면서 다리를 배로 끌어당기고 주먹을 손이 하얘질 때 까지 꽉 쥐며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다. 고통스러운 표정이지만 아기 특유의 귀여운 외모 탓에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아 잠시 정신 빼놓고 웃다가 혹시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영아산통인가 싶어 다시 또 폭.풍.검.색.

 


 단기간에 쑥쑥 크려다 보니 자연스레 용을 쓰는거라는데 '용을 쓴다'는 말에서 와닿는 것보다 더더더 크고 잦게 힘을 주니 혹여나 잘못 되는 건 아닌지 싶어 낮에도 밤에도 전전긍긍. 용을 쓰던 중에 마주치는 눈빛은 어찌나 애절한지ㅠ_ㅠ 내가 대신 용을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울먹울먹 아기를 붙들고 쩔쩔 매기 일쑤. 다행히 용을 마음껏 쓴 후에는 언제 그렇게 했냐는 듯 평온해지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가들의 기분 변화는 롤러코스터보다 더 급격한 커브를 가지고 있어서 용을 쓰던 얼굴에 쩔쩔 매고 있는데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버둥거리면 때론 배신감이 들기도.




 용을 쓰는 것에 자매품으로 헛울음도 있다. 새벽 어느 때고 불시에 '으앵~~~'하고 큰 소리로 울어재껴 심장이 툭 떨어지게 만들어 놓고는 '왜 그래? 왜왜?' 하고 묻는 말에 눈을 흘깃하고는 다시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면 대체 성장과정에 헛울음은 왜 필요한 것인가 인간은 왜 이렇게 크도록 설계되었나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의 답을 찾아 다시 또 폭.풍.검.색. 휴대폰을 말 그대로 몸에 밀착 휴대하고 있다.


 생후 50일 전에는 아기 돌봄의 모든 과정이 새롭다 보니 궁금한 것도 걱정되는 것도 많아 잔뜩 예민한 고슴도치가 되어버린다. 조용하게 자고 있는 아기 코 밑에 손가락을 대고 숨 쉬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뻘쭘해 한 경험, 다들 있을 걸?

 불안한 마음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건 폭풍검색 밖에 없으니 검색과 맘카페에 마음껏 기대보자. 아기를 안고 휴대폰을 너무 많이 보는 건 아닌가하는 또다른 걱정따위 쿨하기 날려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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