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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Jan 07. 2018

[밀려쓰는 육아일기] 생후 3개월(+100일)

엄마도 잠자고 싶다.

 생후 50일 즈음부터 시작된 잠투정.

수유 후 내려 놓으면 알아서 잘 자던 아기가 언젠가부터 안아서 재우라고 징징. 안으면 잠들기 싫다고 징징. 잠이 오는 것이 억울한지 잠에 빠져들다가도 이내 눈을 부릅뜨곤 서럽게 울며 보챈다.

마치 갓 잡은 싱싱한 활어마냥 내 품에서 파닥거리며 우는 아기를 보다 보면 내가 무얼 잘못했나...이 아이는 나에게 왜 이러나...어휴 말이라도 통하면 자자고 설득?이라도 할텐데...오만 상념에 휩싸인다.



간신히 재웠다 싶어 내려 놓을라 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눈을 부릅! 뜨는 아기. 신형 아가들은 몸에 중력센서와 자이로스코프가 탑재된 채 출시되는 건지, 6개월간 배웠던 스쿼트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상체는 미동도 없이 무릎만 굽혀 내리는데도 어찌나 민감한지.


때론 내려놓은 상태에서 아기 얼굴에 내 가슴을 밀착한 채로 버티는 후루꾸(?)가 먹혀 눕혀 재우는 것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꼭 1~20분 내로 깨어 '으앵~~에미야~왜 내가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느냐~'며 분노하시고...한번 분노하신 그 분은 좀처럼 노여움을 풀지 못하여 분유를 뇌물로 갖다 바쳐야만 진정이 되기도...




 50일 후로 낮잠은 30분 깊은 잠, 30분 얕은 잠. 다시 30분 깊은 잠, 이후로 얕은 잠을 반복하며 한 번에 2시간 내외로 자게되었다. 얕은 잠일 땐 내 엉덩이를 좌우로 쉼없이 흔들어재껴 아기에게 진동감(?)을 줘야 하는데 자칫 아기가 눈을 감고 있다고 깊은 잠인 줄 오해하여 쇼파에 엉덩이를 붙이려 들면 본인 아직 안 주무신다며 흘깃 째려보는 아기의 눈을 마주하게 된다.(공포영화가 따로 없음) 그럼 앉지 않은 척 슬쩍 일어나 부지런히 속도를 내어 엉덩이를 쉐킷 쉐킷. 어서 딥 슬립 하시라고 엉덩이 쉐킷에 박자를 맞춰 주문을 외운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잘도 잔다 자장 자장~



 고생 고생하여 4시간 수유텀을 맞춰 놓으니 먹놀잠(먹고 놀고 자고) 패턴이 잡혔다. 통잠은 꿈인 듯 바라지도 않고 잠투정만 없어지면 참 여한이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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