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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Feb 18. 2018

[밀려 쓰는 육아일기] 생후 3개월(+120일)

하루 하루가 다르다


분유 160ml를 4시간 간격으로 먹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고작 그 정도로 4시간은 커녕 3시간도 못 버티겠다며 울며 보챘다. 조금씩 조금씩 줄어드는 과정도 없이 하루 아침에!!


백일을 하루 넘긴 생후 101일 째 되던 날, 결국 한번에 먹는 양을 180ml로 늘리고 밤에 잠들기 직전 마지막 수유는 200ml로 조정하니 하루에 먹는 총량이 1100ml 전후.


1000ml를 넘기면 비만 유전자가 생긴다, 그 월령이 소화 가능한 양을 넘겨 위에 무리를 준다, 섭취하는 수분의 양이 많아 신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등등. 주워 들은 무서운 카더라가 너무 많아 한동안 아이가 먹는 간격과 횟수에 날카로워졌었다.


하긴, 먹는 걸로 월급을 올인했던 엄마, 아빠다. 그 아이도 자연히 잘 먹을 수 밖에. 유전자는 무섭다. 많이 먹고 자주 먹는 유전자를 빼다 박은 덕분에 120일을 넘긴 시점 아이의 몸무게는 8.2kg에 이르렀다. 평균이 7키로대라는데...



아이는 천천히 착실하게 자라면서도 갑작스럽게 빨리 큰다. 어제까지 응애만 하던 아이가 오늘 갑자기 '아', '어', '뀨', '꺄' 등의 옹알이를 내뱉어 놀라게 만드는 정도.


100일을 전후로 시작된 옹알이는 120일이 되자 점차 다양해지고 더 자주하게 되고 매우 큰 소리를 내는 식으로 변화했다.


요즘은 갑자기 꽥! 소리를 질러 어디가 불편한가 놀란 눈으로 들여다 보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시침 뚝 떼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 갸웃 거린다. 요요요요! 귀염둥이가!




더불어 내 몸의 변화도 무섭다. 한 올, 두 올 빠지던 머리카락이 우수수라는 표현이 우습게 빠져대는데 4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속도와 양이 줄지 않아 이러다 대머리 될까 걱정. 신기하게도 흰머리는 쏙 빼고 검은머리만 빠져 드문드문 숨어있던 흰머리들이 밖으로 도드라졌다.


나..나도 이렇게 늙는구나ㅠㅠ




처음엔 주먹을 핥으려다 조준을 잘못해 자기 얼굴을 꿍하고 치던 것으로 시작했던 손 빨기도 이제는 엄지 손가락만 쭉 뻗어 입 안에 정확하게 넣는 고급기술로 발전했다. 손 빨기 기술이 발전할수록 침샘 분비도 활발해져 거즈 수건을 목에 대주면 금세 흥건하게 젖어 하루에도 몇번이나 수건을 갈아주게 되었다. 덕분에 하루의 마무리는 쌓여있는 수건을 손빨래하는 것으로...


게다가 손가락 뿐만 아니라 턱 언저리에 닿는 모든 것을 촵촵촵 빨아대어 아이의 얼굴이 머문 자리는 어김없이 침 자국이 남는다. 내 어깨도 팔목도 아기띠도 하루 종일 축축. 방바닥엔 아이 입에서 떨어진 침 방울이 트랩처럼 분포되어 있다. 아이를 안아 재워 미동도 어려운 상태에서 떨어져 있는 침 방울을 발견하면, 어서 가서 닦고 싶은 청소욕과 움직이면 깬다는 현실이 부딫이며 내적 갈등이 일어난다. 언제나 현실이 승. 한번 깨면 다시 재우기 어려운 아기님이라.




잠투정은 여전하다. 하아...아직도 여전하다....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고 눈이 감기며 눈 앞의 사람이 안 보이는게 무서워서 우는 것이다 라는 글을 접한 이후로 '오구오구 무서워서 그렇구나아'하고 무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달래고는 있지만 때때로 같이 울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커 가는 모습 하나하나가 다 소중해서 가슴이 뭉클하다가도 하루 빨리 스스로 누워서 잘 수 있도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또 그러다가도 곤히 자는 아이 얼굴을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나는.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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