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엇이든 일단 다 입으로
앞보기 상태로 아기띠를 한 채 아이를 대롱대롱 매달고 집 안을 누비는 짓(!)을 하루종일 반복하고 있다.
아이와 한 몸인 듯 움직이며 미룰 수 없는 집안일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오메 이거슨 뭐시냐'하는 표정을 한채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려가며 구경에 여념이 없는 아이의 정수리를 볼 수 있다.
그 표정도 이미 귀여워 죽음이지만 때때로 (특히 요즘은 자주) 눈 앞에 사물을 만져보겠다며 내 옆구리 쪽에서 아이의 손이 쑥 나와 허공을 더듬더듬하면 귀여움이 치솟아 아이 정수리에 뽀뽀를 퍼붓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제일 애정하는 아이템은 칫솔과 드라이기. 두 사물이 위치한 욕실 문만 열어도 아이의 두 발이 허공에서 바쁘게 춤을 춘다. 헥헥헥 하는 가쁜 숨과 함께.
손을 빨며 탐구하던 것에서 탐구의 영역이 확장되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끌어다 빨기 시작했다. 아직 무게나 크기에 대한 개념이 없는 덕분에 본인의 세네배나 되는 청소기 같은 큰 물건을 끌어당기겠다며 손가락을 허공에서 아둥바둥하기도.
입에 못 넣게 통제하기 보다 넣고 빨며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이 낫겠다 싶어 잡겠다는 사물은 왠만하면 다 갖다 대주고 있는 덕에 매일 닦고 닦고 닦ㄱ.....청소 블랙홀에 빠져있다.
손의 사용도 익숙해져 이젠 두 손을 이용해 큰 물건을 잡는 것도 제법 해낸다. 남편은 이때다 싶은지 분유를 먹일 때 마다 아이의 양손에 젖병을 쥐어주는 연습을 시키고 있다. 물론 아이가 정말로 혼자 잡고 먹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은 알지만.
먹는 양은 계속 1100을 넘기는 상태. 몸무게도 무럭무럭 자라 150일 경 대충(?) 재 보니 9키로에 육박할 것 같더라.
무거워 그런지 아직 뒤집기는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육아를 하며 월령별 발달사항에 적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는 행동' 항목에 집착하지 말자 다짐했으면서도 쿨하지 못한 엄마라 그런지 계속 신경이 쓰이는 중.
150일을 기점으로 연습을 몇 번 시키니 세번 중의 한번은 뒤집어 지거나 되집어 내거나 하는 것을 보니 발달사항에 문제가 있다기 보단 스스로 할 마음이 없구나 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결론 내린 것과 별개로 하루에 세네번씩 아이의 징징댐을 감수하고 뒤집는 훈련(?)을 시키는 중. 그래봐야 터미타임이지만ㅎㅎ
잠투정은 조금 덜해졌으나 여전히 진행 중. 낮에는 그나마 백색소음과 쪽쪽이를 이용해 수월하게(물론 안은 상태에서ㅠ) 재우는 반면 막수이후 밤잠은 아직은 조금 힘들게 재우는 편. 그래서 밤잠을 재우는 역할인 남편은 밤마다 땀으로 샤워를....아이는 아빠에게 안겨 그 땀을 핥......
만 6개월 이후 밤수는 끊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고 잠 역시 누워서 잠드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에 심리적으로 많이 쫓기는 중. 한편으로는 때 되면 다 알아서 한다는 의견에 솔깃해 하기도.
육아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아이마다 상황과 성향이 천차만별이라 조언도 그만큼 다양한데 내 아이가 어떤 타입인지는 그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서인 것 같다.
과연 내 아이는 마음을 잡고 울리더라도 학습을 시켜줘야 하는 아이일까? 아니면 언젠가는 스스로 알아서 할 아이일까? 일단은 '때되면 알아서'에 한표를 던지고 밤수와 안아서 재우는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철학이 있어서인지 학습을 시키는 것이 나에게 심리적으로 부담되고 힘들어서 인지...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