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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Apr 03. 2018

[밀려쓰는 육아일기] 생후 5개월(+180일)



드디어 본인에게 발이 있다는 걸 알았다.


범보의자에 앉아 바닥으로 발을 땅땅 구르다 유심히 지켜보는 걸 반복하길래 발치에 장난감을 놔주니 발로 차며 가지고 논다.

목욕 담당인 남편의 말론 욕조에서 발장구도 친다고...


아직 발을 손으로 잡고 놀거나 하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발을 가슴께까지 들어올려 주면 손으로 툭툭 건드려 보는 것을 보아하니 조만간 발을 잡고 빠는 모습을 보겠구나 싶다.




손을 사용하는 것은 더 능숙해져서 하나의 물건을 두 손을 함께 이용해 잡고 휘두르는(!) 것도 가능해졌다. 무거운 오뚝이도 두 손을 이용해 곧잘 들어올리는 편.

원하는 물건의 원하는 부위를 잡는 정확도도 높아져 쪽쪽이의 손잡이를 잡아 젖꼭지 부분을 본인 입으로 정확히 넣다 빼는 묘기(?)도 보여준다.




4개월까지는 물건을 못 잡게 하거나 잡고 있던 물건을 빼앗아도 그러려니 쿨하게 지나갔었는데 5개월이 되니 못 만지게 하면 '힝구ㅠㅠ' 하는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하게 내밀거나 '으으응응응' 하며 항의하는 소리를 낸다.

물건에 대한 선호와 취향도 생겨나 부들부들한 천 종류와 온갖 반짝이는 쇠붙이를 매우 애정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된 빨래 건조대만 보면 잡지 못해 안달...한번 잡으면 그 큰 건조대가 휘청일 정도로 꽉! 붙잡고 놓질 않는다...




낮잠을 안겨서 자는 건 여전한데 다섯번에 한번 정도는 누워서 자기도 한다. 이번 타임에는 누워서 잘 것인가 매시간 눈치게임에 매진 중.

여전히 안겨서 주무시는 아가님.jpg



빠른 아가들은 140일 경에도 시작한다는 이유식은 170일이 넘어서도 시작을 못했다. 이유식 밥솥이냐 마스터기이냐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만큼 결정하기 어렵더라 나는. 물론 스파츌라이니 도마이니 칼이니 하는 조리도구들도 고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육아템을 찾는 긴긴 여정은 언제쯤 끝날지...적성에 맞지 않는 거듭된 쇼핑 후유증으로 요즘은 '국민'자가 붙은 모든 제품을 혐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놈의 국민인지 호구인지 나는 안할란다! 에이 ㅆㅂㄹ




눕혀 놓으면 옆으로 푸욱 퍼지던 볼살이 삶은 달걀마냥 탱글탱글해졌다. 친정엄마는 윤곽이 제법 살아난다며 콩깍지가 씌였고 나는 게을러서 이제야 백일 사진을 찍어놓곤 늦게 찍길 오히려 잘했다며 자화자찬했다.

뒤늦게 찍은 셀프 백일사진





뒤집기는 여전히 생각이 없는지 옆으로 눕히기만 해도 '으응으응응!' 하며 짜증을 버럭 낸다. 친정엄마는 슬슬 연습을 시켜야 하지 않겠냐 하시는데 난 뭐 반쯤은 포기하고 본인이 하고 싶음 하겠거니 하는 중.

뒤집어 놓는 거 싫댔잖아 엉엉엉






아랫 잇몸이 부어 있은지 2주 가량이 되었는데도 이는 나온다는 소식이 없다. 아픈지 밤에 곧잘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괜시리 내 맘만 조마조마. 어흑어흑 흐느껴 우는데도 해줄 수 있는게 가재수건으로 마사지 해주는 것 정도라 이가 빨리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랫입술을 하루에 몇차례씩 뒤집어 보고 있다.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않으리라는 결심은 양가 할머니들의 '장군님' '도련님' 하는 호칭에 종종 무너지고 있다. 옛날 분들이니 어쩔 수 없지 하며 쓰게 웃고 지나가긴 하는데 아이가 단어들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시기가 오면 어찌 대처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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