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거의 먹는 얘기만...
(우와 정말 많이 밀려썼다.)
180일을 간당간당하게 채우기 직전의 어느 날, 드디어 이유식을 시작했다.
분유를 너무너무너무 잘 먹는 아이라 이유식도 잘 먹겠지 하는 자신감으로 한 끼에 80ml 정도의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는데, 첫 날은 20ml 정도만 먹어 왠지 모를 실망감을 안겨주더니만 이튿날 부턴 예상대로(?) 60ml를 꿀떡 꿀떡 잘 먹어 '엄지 척'을 날리게 했다.
그리고 초기 이유식을 먹는 내내 80~100ml를 거뜬하게 얌얌하던 아이는 중기 이유식인 지금, 120~140ml 정도를 촵촵촵 드링킹 하신다.
영유아 발달검사 1차를 마감일(?) 2주 전에 부랴부랴 다녀왔다.
다니던 소아과에선 검사를 하지 않아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소아과를 예약해서 다녀왔는데, 처음 해보는 검사라 두근두근 한 것치곤 싱겁게(?) 끝나서 실망 한 번, 겁만 잔뜩 주고 제대로 된 대답은 내놓지 않은 의사 진료에 실망 두 번을 하고 함께 다녀온 남편과 그 병원엔 다신 발길하지 않겠단 결의(?)를 다졌다.
아니 뭐 물어보는 질문 족족 다른 병원가서 물어보라 그러고 이러면 이래서 문제고 저러면 저래서 문제라 해놓고 왜 문제냐고 하니 그것도 또 다른 병원가서 물어보래. 그럴거면 왜 문제라고 하냐고. 췟췟.
아이는 예상대로 몸무게 95%를 찍었다. 키와 머리 둘레도 뭐...그냥 비율에 맞춰서 크고 있구나 정도에 위안을...
6개월이 넘어가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바깥 산책을 다니다 보니, '아니 애를 왜 이렇게 크게 키웠어요?' 류의 질문과 반갑지 않은 감탄을 거의 매일 듣고 있다. 거듭된 경험으로 대답을 어떻게 해도 그분들 성에 차지 않는다는걸 깨달아 그냥 씩 웃거나 차가운 무표정으로 응대 중이다. 속으론 '그냥 지나가라 그냥 지나가라 아 잘 먹는 아기인걸 어쩌라고!!'라고 절규하며...
아랫니 두개가 삐죽하게 올라왔다.
올라온 이로 치발기를 갉갉갉 갉으며 놀길래 사과 한 조각을 길쭉하게 잘라 쥐어주니 곧잘 갉아먹는다.
재미들려 당근도 잘라주고 오이도 잘라주고 하다 간식 시간을 정해줘야겠다 싶어 매일 오후 2시 경 지정된 시간에 간식을 주게 되었다.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직은 몇 개 안되어 사과만 주구장창 주다 큰 맘 먹고 비싼 배를 사서 잘라줬는데, 한 입 베어 문 아이가 갑자기 발을 홱홱 휘두르며 구르더니 말그대로 미친듯이 빨아먹었다. 멋모르고, 잘 먹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아예 믹서로 갈아서 숟가락으로 떠 먹였는데 먹어도 먹어도 더 달라고 손을 쭉쭉 뻗더니 다 먹고선 결국 울음을 앙앙 터뜨렸다.
빨갛게 울며 뒤로 넘어가는건 신생아 때 이후로 오랜만이라 당황 오브 더 당황. 친정엄마가 어르고 달래어 간신히 재웠는데, 자고 일어나서 이유식 숟가락을 보더니 또 앙앙...
6개월 인생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맛있는 배였던가 보다. 배에 마약이라도 탄 줄...덕분에 배는 간식 리스트에서 영영 삭제. 네 인생에 맛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그때 다시 줄게 아가.
5월 5일 어린이 날 기념으로 친정엄마에게 아이 모자를 선물 받았다.
물론 고르고 주문하는 건 내가. 엄마는 현찰만 촥촥 내주셨지. 노오란 색 모자를 씌워놓고 엄마도 웃고 나도 웃고 아이에게 씌운 모자 하나에 두 모녀가 간만에 즐거웠다. 아이는 정수리까지도 간신히 닿는 짧은 손으로 모자를 벗겠다며 잡아당기느라 바빴지만.
요즘은 나갈 때마다 필수로 모자를 씌우는데 엄마가 어디서 듣고 오신건지 빅뱅의 삐딱하게 가사를 외며 '아가야 삐딱하게 써야지 오늘은 삐.딱.하.게'라신다. 엄마도 아재개그를 하는구나...아이를 함께 양육하며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연신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