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를 심자
페이스북에서 몇 개의 소규모 출판사를 팔로잉 했더니 내 비루한 피드에 신간 안내 광고가 왕왕 뜬다.
광고 문구와 표지가 인상적인 도서 몇 권을 추려 리디북스에서 검색하니 (신간들이라 그런지) 검색한 도서 중 딱 한 권을 제외한 도서들이 전부 전자책 출간 전이란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일단 출간 된 책만이라도 구매해서 봐야지 하고 고른 책이 랩 걸(Lab girl).
출간 전이라 검색되지 않은 도서들에 대한 출간 요청을 리디북스 고객 게시판에 남겨뒀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검색해보니 제일 보고 싶었던 책이 업데이트되어있다. 오오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 하고 보니 대통령이 읽으셨단다. 음 왠지 구매욕이 떨어지는 내 청개구리 마음. 나만 알고 있던 인디밴드가 유명해지면 손에 꼭 쥐고 감춰뒀던 사탕을 뺏긴 것 마냥 억울해지는 뭐 그런거 있잖아?
랩 걸은 식물의 행태와 과학적 연구결과를 저자의 생애와 번갈아가며 기술하는 구성의 자서전이다. 식물의 번식 과정을 소개하고 저자의 임신 당시를 떠올리는 식.
그런데 이 단순한 구성의 이야기에 급격하게 진행되는 환경파괴, 소위 뜨는 분야로만 몰리는 과학 분야의 예산 편향, 여성 과학자로서 겪었던 과학계의 성차별 그리고 실력보다 학벌과 인맥 위주로 구성된 과학계의 구조적 배타성 등 다양한 문제의식들이 직•간접적으로 혼재되어 있어 이야기가 꽤나 길고 방대한 편. 거기에 작가가 이란성 쌍둥이, 영혼의 동반자로 여기는 동료 과학자 빌에 대한 소개와 에피소드도 켜켜히 쌓여 340여 페이지가 그림 한 장 없이 빼곡하다.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한 분야에 대해 육체와 내면을 갉아 먹을 정도로 열정적일 수 있음과 빌과 같은 동반자를 가진 작가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 그리고 언젠가 한 번은 꼭 남의 집 마당 한 켠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는 다짐.
작가가 본인의 생애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하여 마치 소설을 읽는 것 마냥 약간의 긴장감과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