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다. 아니지, 다닌다기 보다는 보냈다가 맞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이제 갓 18개월. 어린이집에 처음 보낸 시점은 올해 2월이니 16개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막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는 성격이라기보단 '요럴까 저럴까 흠흠'하다 에잇하고 결정하는 성향이라 어린이집도 약간 에잇하는 느낌으로 보내게되었다.
보내기 전이나 후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에 대해 주변을 돌아다니는 말이 많다. 말문이 트이면 보내야 한다. vs 한 달이라도 어릴 때 보내야 적응을 잘한다. 등등.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별 생각없이 보냈고 별 생각없는 만큼 두가지 방향의 의견에 황희정승 st.로 허허 네 말도 맞구나 하고는 있는데 보내고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부모가 원하는 그 때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육아 16개월차가 가장 적기였던 것 같다. 육아 번아웃이 절정에 다다랐던 시점. 해가 바뀌며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라는 사람을 묻어둔 채 지내야 하는 것인가 라는 불안과 불만이 쌓여 폭발하기 직전이었던 때.
한 달여에 가깝게 울며 등원하였던 아이는 감기를 호되게 앓아 집 안에 갇혀 지낸 지 며칠만에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기특함을 보였다(너무 심심했나?). 마찬가지로 한 달여를 안쓰러워 종종 댔던 나도 아이를 웃으며 등원시키고 눈누난나 돌아서오는 여유로움을 가지게 되었고. 단, 어린이집을 다니면 일년 내내 콧물을 달고 다닌다던 레전드 같은 전설이 정말 맞아서 아이는 내내 콧물과 가래를 달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와 남편이 차례로 옮아 아프고 낫고 아프고 낫....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긴다는 죄책감, 주변의 눈치, 36개월까진 부모와의 애착이 중요하다던데 보내면 등등의 카더라, 그리고 학대에 대한 걱정...막상 내가 보내보니 보육교사는 나와는 묘한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불편해도 믿어야 하는 타인이지만 아이에게는 본인 놀이에 적절히 리액션 해주는 놀이친구이고 어린이집은 아이가 집에서 할 수 없는 여러가지 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터라 '아이가 어린이집 가는 것=놀러가는 것',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재미있게 놀다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대신 어린이집에 보내며 내가 요즘 약간 정신줄을 놓고 있나 싶은 순간들은 종종 있다. 어린이집 등원룩에 신경쓰느라(거창하게 등원룩이지만 그냥 그 날 그 날 입힐 옷 챙기는 수준ㅋ) 정작 턱받이를 빼놓고 보냈다던지. 약을 담아 보내놓고 투약의뢰서를 쓰지 않았다던지. 보육료 결제하라는 문자를 보고 한참 헤맸다던지...등등?
아무래도 기관이라는 곳에 처음 보내다보니 신경써야 할 것 들이 태반인데 쓸데없이 행정절차가 긴 우리나라 종특 고질병 탓에 아이사랑포털, 국민행복카드, 보육료결제, 긴급바우처와 같은 난생 처음보는 말과 글들로 정신머리가 나가서 보내는 내내 실수연발이다. 진지하게 내 뇌세포가 많이 죽었나 고민하는 수준...
아이는 오늘도 웃으며 등원했다. 키즈노트에 올라온 앨범을 보며 오늘 입혀 보낸 옷이 사진발이 잘 받는다며 나 혼자 헤헤 하다가 문득 아이가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좀 하다가....아이와 떨어지는 시간을 가지니 아이가 더 애틋하다. 하원 후 아이가 부리는 투정에도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아이 없이 집안일을 하니 집 안도 조금 깔끔해졌다. 그래 그래, 보내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