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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n 20. 2019

무슨 일 하세요?

Engineer와 Coordninator의 사이


 간혹 사람들이 무슨 일 하느냐고 물을 때면 대답하기가 애매하다. 어떤 사람들은 OO회사 다닌다고 간단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내 일이 아니라 그저 내가 속한 회사일뿐이다. 회사원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서 나에 대해 표현할 수도, 표현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글로 적어가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정리해 보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출처: http://www.careersinconstruction.ca/sites/cic/files/styles/career_banner/public/images/careers/8

 건설회사에서는 간단히 engineer라고 얘기하면 됐었다. 물론 이직을 한 뒤로도 크게 보면 똑같이 건물을 짓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 회사의 공장 단지를 짓고 있는데, 그곳에 필요한 전기/제어/소방과 관련된 모든 일을 혼자 책임지고 있다. 설계부터 시작해, 기자재 구매/제작, 현장 공사, 시운전 그리고 공장 운영파트에게 인수인계 까지가 나의 몫이다. 혼자 책임지고 있다고 했지만, 이 많은 일을 혼자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각각의 전문 업체를 계약해 일을 함께 진행하게 되고, 각 파트별로 필요한 일들을 중간에서 코디네이션 하는 것도 나의 일이다.


 내가 현재 관리해야 하는 업체의 수를 세어보니 대략 10개 정도가 된다. 설계 업체, 공사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CM 업체, 공사를 수행하는 종합건설 업체, 중국의 한전 밑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 기자재 업체 등. 거기다 유관 부서인 운영, 본사, 제품 생산을 위한 생산 장비 담당까지 추가되면 코디네이션 해야 하는 업체 및 부서가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각 파트 사이에서 함께 의사결정하고, 해결 안 되는 문제가 있으면 본사 담당자들까지 불러 회의하고, 회의하고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


 간단한 문제면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문제가 전기 공학적인 배경지식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생산 장비에서는 장비에 치명적인 결함을 주는 ‘고조파 전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 고조파 전류는 변압기 권선의 온도를 높여 변압기 수명을 심각하게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조파에 강한 K-factor 변압기를 쓸지, 고조파 필터를 설치하여 고조파를 제거할지 따위의 것들을 의사결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하나의 물건을 살 때도 셀 수 없이 고민을 하는 것처럼, 하나의 공장을 만들 때도 어떻게 하면 싸고 질 좋은 공장을 만들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엔지니어를 ‘기술, 수학, 과학 지식을 사용하여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 일컫는다. 학문을 학문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쓴다는 점이 좋아 나의 직업을 표현할 때 엔지니어란 얘기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해보고 보니 나의 일은 고용노동부에서 발행한 한국 직업사전에 ‘건설 코디네이터’라고 명기가 되어 있었다. 프로젝트의 법적, 기술적, 상품기획적 측면 등을 검토, 적절한 공사금액 산출하도록 관련 부서에 정보 제공, 설계 검토, 필요한 건설 기자재 정보를 본사에 전달하는 등 현장과 본사 간의 연결고리라고 나와있다. 딱 나다. 드디어 나의 직업의 정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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