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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Feb 15. 2021

일을 더 잘하고 싶으면 회의록을 작성하자

 건설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처음 맡은 업무는 6,000억 규모의 발전플랜트 EPC 프로젝트 사업 관리였다. EPC는 Engineering (설계), Procurement (구매), 그리고 Construction & Commissioning (시공 및 시운전)까지 건설사에서 책임지고 수행하는 프로젝트다. 여러 부서가 하나의 목표 아래 움직이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이끌어야 되다 보니, 사업 관리는 매일 아침 PM의 주관하에 2시간 정도 회의를 했고, 나는 회의록 (PM 지시사항)을 정리하여 담당자 쫓아다니며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 (follow up) 하는 게 주 업무였다.


*당시 사용하던 Action Item List 양식



 그렇게 거의 2년 정도는 PM 주관 회의, 주간/월간 공정회의, 발주처 회의 등 온갖 회의를 쫓아다니며 회의록을 썼다. (사실 이런 회의록은 어느 정도 짬이 있는 대리 정도 직급에서 쓰면 좋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하라고 하니 열심히 했었다.) 어쨌든 회의록을 써야 되니 회의 때마다 남들의 의견을 집중해서 듣게 되고, 막혀있는 부분이 뭔지, 그리고 그 부분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등을 신입 사원때 배웠던 것 같고, 무엇보다 회의록 쓰는 습관을 키울 수 있었다. 


 회의록은 계약 관계에 있는 업체와 일을 할 때도 중요하다. 보통 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첨부된 서류만 계약 문서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계약 이후 문서로 주고받은 협의 서류도 계약 문서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양 사간 담당자 서명 필수) 어떤 회의든 회의록 작성은 필수다. 실제로 나도 일을 하면서 Gray Zone이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수개월 전에 협의했던 회의록을 들이밀면 다들 아무 말을 못 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보통 업무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경우 해결하고자 회의를 연다. 그러면 담당자는 그 회의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서 100% 완료될 때까지 끝까지 추적 관리를 해야 하고, 그 시작이 바로 회의록 작성이다. 


 회의록은 영어로 The Minutes of Meeting (MOM) 이라고도 한다. 회의의 매분, 모든 순간의 기록이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당신이 맡은 일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해내고 싶다면 회의록 작성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정기적으로 하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열리는 회의든 그 회의에 회의록이 없다면 당신이 먼저 작성해서 참석자들에게 공유해보자. 당장에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게 분명하다. (물론 일은 더 많아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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