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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Feb 20. 2021

사무실에 작업자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임금 체불과 중국의 총승포 면허

 사무실에 현장 작업자분들 2~30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입구를 막아 화장실도 못가게 하고, 술 마신 분들이 있는지 술냄새도 풍기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슨 일인지 확인 하니 협력업체 한 곳에서 작업자들의 임금이 지불이 안돼 우리 사무실까지 돈을 받으러, 혹은 그 업체를 우리가 압박해주길 바라며, 찾아온 듯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업체 사장에게 연락해 빨리 조치 하라는 것 뿐이었다.


 한 3시간쯤 그러고 있었나? 업체 사장이 와서 언제까지 임금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하니 그제서야 작업자들은 돌아갔다. 이 업체는 한국 업체와 총승포 계약을 맺은 중국 업체인데, 두 업체 간에 협의가 지연이 돼 계약이 안됐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작업자들에게 임금 지급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총승포 면허가 있어야 한다. 등급별로 면적/높이/경간 등 공사 수행범위에 제한이 있는데, 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건조사 (현장 소장을 하기 위한 자격증, 한국의 기술사와 비슷한 개념), 기술책임인, 기술자등 일정 인원과 공사실적, 순자산등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만약 이 면허가 없다면 중국 업체등과 합작하여 총승포 계약을 별도로 하는데, 계약금액의 3~5% 정도를 지불하면, 총승포 업체는 안전감독국이나 질량(품질)감독국 검사 대응 정도를 해 주게 된다. 


 확실히 중국업체라도 한국인 혹은 교포가 관리자로 있는 경우에는 일도 진행이 잘 되고,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충족이 된다. 하지만 완전 중국업체인 경우, 통역이 있다 하더라도 일 진행이 죽어라고 안된다. 많은 수의 중국업체는 자기네들 하고 싶은대로 하고, 기존에 협의했던 내용들은 무시하고, 설계 도면도 제대로 안본다. 나도 당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니 중국업체와 계약을 할 때에는 세 번이고 네 번이고 확인해야 된다. 


 문제가 된 회사도 초반에 급하다 보니 이런 계약 조건을 대충 구두상 협의하고 진행을 해버렸다. 자세한 내용은 적을 수 없지만 내가 봤을 때는 양쪽 다 문제가 있었다. 서로 억울하다고 얘기하고, 서로 피해자가 되고, 서로 손해를 볼 수 없으니 협의가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리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언제까지 해결하시라고, 안되면 계약을 타절하고 다른 업체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하고 회의를 마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양쪽 사장들은 거의 울먹 거리며 찾아와 도와달라고 사정하고, 공사는 진행이 안되고, 어떻게 하면 양사가 서로 받아들일만한 조건을 만들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했었다. 당연히 다른 일은 진행도 못하고, 거의 이 업체 계약만 붙잡고 며칠을 살았었고, 다행히 서로 납득할만한 조건을 만들어 계약은 진행했었다. 모르겠다. 난 전기엔지니어인데 왜 계약서를 붙잡고 있었던걸까... 


 건설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본인의 분야만 챙겨서는 안될 이유들이 많다. 본사 보고서나 여러 요청에 대응해야 하고, 인허가, 설계, 기자재, 계약, 대금지급등 다 챙겨야된다. 당연히 공사도 챙겨가면서 말이다. 그나마 나는 회사에 속해있어 문제가 생기면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은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혼자 현지 법규파악부터 모든 것을 챙겨야하니 놓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도 해외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고, 뒷통수 맞지 않도록 공부도 열심히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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