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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Feb 13. 2021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미스터리 한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어느 공사 현장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미스터리 한 이야기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은 이야기, 지금도 믿기지는 않는다. 


 2019년 11월 어느 날, '펑' 소리가 현장 전체에 크게 들리고, 검은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올라왔다.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들 얘기에 따르면 몸이 옆으로 밀릴 만큼의 폭발이었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봤더니 현장에서 스팀을 생산하는 보일러 한 호기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후에는 원인을 밝혔지만 당시에는 경력 10~20년 이상 되신 분들도 처음 본 현상이었고, 만약 그 옆에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 사고로 이어졌을 일이었고, 조금만 더 상황이 안 좋았으면 대형사고로 우리 회사 자체가 문을 닫을 뻔한 사고였다. 


 당시 한참 주변 상황을 보고 원인 파악을 하던 중, 누군가 소름 돋는 얘기를 한다. 


 "대리님, 혹시 오늘 무슨 날인지 아세요?"


 "아니요,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오늘이 그 날 이잖아요. 1년 전 현장에 인명사고 난 날..."


 실제로 1년 전, 같은 날에는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현지인 한 분이 추락으로 돌아가셨었다. 사실 높이가 엄청 높지 않아 운이 좋았으면 사망사고 까지는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던 사고였다. 어쨌든 사고 시간도 이상했다. 2018년 추락 사고는 16시 40분, 2019년 폭발 사고는 16시 30분, 10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놀라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년도 사고 위치는 18년도 사고 위치와 직선거리로 100m도 차이 나지 않는다. 큰 단지 규모를 생각하면 100m는 아주 가까운 위치다. 문제는 그 장소에서 14년도에도 인명 사고가 있었다. 쓰레기 수거차가 지나가던 중, 차에 매달려 있던 작업자분이 턴을 하면서 떨어졌고, 머리부터 떨어지며 그대로 돌아가셨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도저히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사고가 나서 다들 의아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 현장 일을 마무리하고 나는 복귀를 했고, 시간이 흘러 20년 11월이 지나가던 어느 날, 회사 메일로 사고 사례 하나가 공유됐다. '한 작업자가 설비 청소를 하던 중 설비에 손이 끼는 협착사고 발생'. 놀라서 날짜를 보니 이전 사고가 발생한 날과 며칠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남의 현장 일을 가지고 꼬치꼬치 캐묻기가 어려워 자세한 내용 파악은 못했지만 또다시 소름이 끼쳤다. 


 공사를 하면 당연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감독을 한다. 가끔 일정이 촉박해 안전 담당과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비슷한 위치, 비슷한 날짜와 시간에 몇 건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나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하게 된다. 폭발 사고 당시 그곳에 오래 일했던 현지 분이 그 위치에 원래는 무덤이 있었단 얘기를 했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기에는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이 크다. 21년에는 부디 별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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