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4
해외 근무를 시작하고선 와이프의 생일에 같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딸아이 생일도...) 그러다 보니 매번 와이프와 딸아이 둘이서 생일 축하를 하고, 와이프는 홀로 쇼핑을 하며 그렇게 생일을 보냈다. 그러다 6년 만에 맞이한 와이프의 생일, 어떻게 축하를 해주면 좋을지 고민했지만 정답은 와이프가 원하는 대로 하루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전 날 아이 친구들 엄마 아빠가 모여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하며 간단히 생일 축하를 한다는 게 밤 12시가 돼서야 모두 헤어졌고, 마무리하고 늦게 잠을 청해 결국 생일날 아침 11시 정도에 셋 다 기상을 했다. 와이프는 굳이 먹지 않는 케이크를 살 필요 없이, 간단히 토스트로 아침을 먹자는 얘길 했다. 그래도 간단히 하기는 조금 부족하니, 와이프가 전에 제주도 아침미소 목장에서 먹었던 카이막 치즈 얘기를 해 파는 곳을 찾아봤었다.
카이막 치즈는 백종원 선생님이 천상의 맛이라고 극찬한 터키의 전통 음식이다. 카이막 치즈에 꿀을 곁들여 빵과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어 계속 생각이 난다. 아쉬운 건 이 카이막 치즈는 파는 곳도 없을뿐더러, 카페나 식당에서도 찾기가 어렵다. 다행히 네이버를 뒤져보니 대체품으로 클로티드 크림이 있어 구매해 서프라이즈로 준비했다. 당연히 카이막의 깊은 우유 맛보다 꿀맛이 더 나긴 했지만 대체품으로의 역할은 충분히 해 괜찮은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와이프는 완전 집순이다. 집에서 쉬면 더 에너지를 받는 사람인데, 그래도 생일이니 선물을 사러 나가자고 꼬드겨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선물은 한 달 전쯤 중국에서 들어오며 큰맘 먹고 산 가방으로 퉁 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전날 미리 준비해서 준 꽃다발로 퉁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와이프가 운동을 다시 시작하며 발이 아프단 얘기를 해 운동화와 바지를 사러 출발했다.
기장에 위치한 동부산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가며 주말에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을 하긴 했다. 그곳은 아웃렛, 이케아, 최근에는 롯데월드까지 개장해 완전 사람이 바글바글 할 것 같았는데, 오후 4~5시쯤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는 한산해 마음껏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도 와이프가 마음에 들어 하는 애들로 쇼핑을 끝내고 마지막 만찬을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는 아웃렛 근처 '풍원장 시골밥상'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먹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내가 한 상 푸짐히 차려줄 수 없으면 사주면 되지란 마음으로 그곳을 선택했다. 역시나 상다리 휘어지게 식사를 하고, 아주 행복한 마음을 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하는, 그리고 풍요로운 생일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집에 같이 있는 시간 동안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