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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May 23. 2022

평범한 일상의 회복 (저녁 식사 후 놀이터에서 놀기)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5

 해외 출장지에서 저녁 시간에는 밀린 업무를 하거나, 같이 일 하는 분들과 저녁 식사 겸 술을 한잔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고 가끔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나의 시간을 보내는데, 집에서의 저녁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다. 일단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한 손엔 줄넘기를 들고, 또 다른 손엔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놀이터로 나가게 된다. 아, 아이는 보통 킥보드를 타고 나가서 손을 잡을 수가 없다.


 저녁 6시에 7시 사이쯤 놀이터로 가면 세아의 친구가 있으면 그나마 혼자 구석에서 줄넘기나 하면 되는데, 친구가 없으면 그때부턴 아이와 하나씩 미션을 해 나간다. 먼저는 줄넘기다. 와이프는 학창 시절에 수영과 육상 선수까지 할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난데, 난 그냥 잘하지도 않고, 못 하지도 않는 그런 평범한 아이, 그래도 다행히 체력과 힘이 좋아 축구를 하면 수비 정도에 서서 달려오는 FW 어깨빵으로 튕겨낼 정도는 하는 그런 아이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하필 세아는 엄마가 아닌 아빠의 운동 신경을 닮아버려 몸 쓰는 게 조금 약하다.


 달릴 때도 조금 이상하게 뛰는데, 역시나 줄넘기를 할 때도 무릎을 뒤로 접으며, 팔로 풍차를 돌려가며 줄넘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최대로 해봤자 20~30개 정도 하면 체력이 부족해 걸리게 된다. 이걸 여러 번 설명해줘도 잘 안되는데, 다행히 세아나 나는 성실함 만큼은 아주 뛰어나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좋아 질거라 생각하며 계속 연습하고 있다. 줄넘기 하루 목표치 100개를 채우면 줄넘기로 하는 다른 놀이를 한다. 나는 앉아서 나를 중심으로 줄넘기를 바닥으로 돌리고, 아이는 그걸 뛰어넘으며 땅도 짚고, 나의 머리도 한 방씩 쿵 누르며 줄넘기를 계속 넘는 그런 놀이다. (아마 우리 동년배들은 어릴 때 다 그런 거 하고 컸을 것 같다.) 생각보다 쉬워서 그런지 아이가 되게 좋아한다. 그 외에도 줄넘기로 림보도 하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이런 노래도 부르며 같이 게임을 하고 논다.


두껍아 두껍아 줄넘기 놀이 (출처: 삼성전자 재학생봉사단 나눔카페)


 이쯤 되면 아이가 힘들어해 그네를 타며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스파르타로 힘들게 놀고 얼른 들어가고 싶지만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놔둔다. 그런데 나이가 9살쯤 되다 보니 예전처럼 얌전히 그네를 타지 않는다. 일어서서 타는 것은 기본이고, 앉아서 몇 바퀴를 돌려 빠르게. 풀어가며 타질 않나, 옆의 그네와 연결해 신기하게 타질 않나. 물론 나도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았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약과인 것 같다. 그 당시엔 고장 난 시소를 옮겨 그네 두 개에 연결해 바이킹처럼 탔던 기억이 있다. 이제 아이의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으면 다음 활동으로 넘어간다.



 다음으로는 배드민턴이다. 아, 아직 정상적인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으로는 게임을 할 수 없어 왕배드민턴 세트를 이용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빅 민턴, 이영자 배드민턴 이라고도 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 배드민턴 채를 사용해도 그렇게 잘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저 하나 두 개씩, 가끔은 세 내개씩 치는 걸 되게 좋아해 이 활동도 즐겨한다. 


 배드민턴을 치다 보면 주변에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저녁에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주면 좋겠지만, 사실 며칠 나가보면 거의 안 보인다. 물론 이해한다. 직장 생활이 얼마나 힘드실까. 그래도 아이들이 밖에서 아빠와 몸으로 노는 것들을 되게 좋아하는데, 오죽했으면 모르는 아저씨 한 테까지 와서 같이 놀까란 생각을 한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아빠가 있다면 내일 하루 정도는 나가서 같이 놀아주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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