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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n 10. 2022

아이와 함께하는 1박 2일 전주여행

아빠의 육아 휴직 이야기 #11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될 것 같은, 아이와 함께 맞는 주말이 또 찾아왔다. 사실 매주 목요일 정도 되면 이번 주엔 뭐해야 되나를 매번 고민한다. 다른 집 엄마, 아빠들도 똑같죠? 이번 주는 특별히 전주 여행을 계획해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오래 못 본 친한 형이 전주에서 카페를 하고 있어 가보고 싶었고, 간 김에 한옥 마을도 들리고, 아이가 요즘 빠진 '포켓몬 고'를 마음껏 시켜주고 싶었다. 



형과의 인연


 이 형은 대학생 시절 한 캠프를 통해 만나게 됐다. 당시 호주 워홀을 끝내고 한국에 와,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나름 시위 좀 해보겠다고 방 밖에도 안 나가며 히키코모리 생활을 할 때였다. 억지로 끌려갔던 한 대학생 캠프에서 진취적으로 살아가던 여러 사람을 만났고, 그중 한 명이 이 형이다. 


 그 캠프를 전환점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고, 형과 함께 한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이후에도 사업으로 만들어 그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갔었다. 물론 형도 내가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나도 형이 있어서 대학 시절을 정말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때는 학교도 달랐지만 거의 매일 보다시피 했는데, 나의 취업과 결혼, 그리고 6년간 이어진 해외 생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바뀌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그 속에는 형과의 재회도 의미가 있었다. 



여행 계획


 현재 있는 지역에서 전주까지는 차로 세 시간이 걸린다. 혼자 가면 한 방에 질러도 되지만 아이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혹시나 멀미로 고생을 하면 모든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 쉬어가기로 했다. 찾아보니 두 시간 정도 거리 함양에도 멋진 한옥마을과 한적한 카페가 있어 그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고 한 시간을 더 달려 전주 카페 도착,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 날은 전주에서 마술쇼를 보고, 한옥 마을을 들렀다 귀가하는 계획이다. 돌아올 때도 중간 순천쯤에서 순천만 정원을 방문할까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아쉽게 접었다. 



아이패드


 여행을 떠나며 와이프는 쉬게 해주고 싶어 아이에게 둘 만 떠나자며 제안했다. 당연히 아이는 엄마 없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나에겐 꼬실 무기가 있었다. 바로 아이패드. 아이가 평소에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토, 일요일에만 세 시간씩 닌텐도 게임을 시켜주고, 아이패드 게임은 식당에서 기다릴 때만 하게 해 줬다. 


 예전엔 안 그러더니 요즘에는 아이패드 게임을 너무 좋아해 틈만 나면 게임을 하고 싶어 했는데, 이번 여행에 원 없이 게임을 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조금씩 매일 시켜주는 것보다, 한 번에 몰아서 시켜주는 게 더 좋다고 책에서 읽은 것 같다... 결국 이틀 동안 카페에서도 게임, 아빠가 삼촌과 오랜 회포를 풀 때도 게임, 일어나서도 게임, 기다릴 때도 게임, 게임과 함께한 여행이 됐다. 




여행 후기


 함양 한옥마을은 처음 가봤는데 동네도 한적하고, 주변에 구경할 곳도 많고, 들렀던 카페도 너무 좋았다. 다만 평일에는 영업을 안 하는 곳이 많은 것 같던데 그 부분은 아쉽다. 형네 카페는 편백나무 숲 입구 쪽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고, 음료와 베이커리가 너무 맛있어서 또 놀랐다. 아이의 꿈이 파티쉐인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서 좋았다. 


 다음날 마술쇼는 어른의 기준에서는 유치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아이의 시선에서는 좋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충분히 재밌어할 마술쇼였다. 입장료가 고작 만원인데, 소극장에서 이렇게 받아서 생활이 될까란 걱정도 하며 마술사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한옥마을이었다. 비가 왔음에도 연휴 때문인지 사람이 엄청 많았고, 가는 식당마다 줄이 길어 기다리기 힘들었지만, 아이에게는 아이패드가 있어서 다행히 버틸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가 본 한옥마을에는 한복 대여점, 캐리커쳐, 사주 보는 곳이 아주 많았다. 아니, 너무 많았다. 조금 더 다양한 즐길거리가 생기면 좋겠다. 짧은 전주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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