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휴직 이야기 #12
중,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갑게 "얘는 어릴 때는 똑똑했는데 커서는 왜 이러냐..." 같은 얘기들을 들으며 자랐었는데, 이렇게 보통 부모라면 우리 아이 너무 똑똑한 것 같은데? 혹은 왜 이렇게 못 알아듣지? 같은 생각들을 하며 아이들을 키운다. 그럴 때마다 객관적으로 아이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런 부모들을 위한, 혹은 아이를 위한 검사가 바로 웩슬러 지능검사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만 2세 6개월 ~ 7세 7개월까지를 위한 유아 테스트, 만 6세 ~ 만 16세 11개월 까지를 위한 아동 테스트, 그리고 그 이후는 성인 테스트로 나눠져 있다. 이 지능검사는 검사자와 1대 1로 상호 문답을 하며 진행되고, 우리 아이는 1시간 반 정도 검사가 진행됐다. 검사를 진행하는데 비용이 조금 듣다 보니, 보통은 남들보다 뛰어난 경우, 혹은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느낄 경우 검사를 많이 받지만, 요즘에는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약점과 강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많이들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아이의 상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 검사를 받게 됐다. 아이가 미술이나 피아노를 제외하고, 공부 학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와이프가 직접 수학, 영어, 국어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직접 가르치다 보니 수학이나 도형 같은 부분은 잘하는 게 보이는데, 영어나 언어에 대한 이해는 떨어지는 게 확실히 보였다. 그래서 앞으로의 교육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검사를 통해 방향을 잡고자 했다.
아침 9시, 줌을 통해 상담사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웩슬러 검사의 결과는 종합 점수를 통한 아이의 위치 파악, 그리고 언어이해, 시공간, 지각 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분석하게 된다.
위의 표에서 보듯 IQ 분포에 따라 아이가 속해있는 그룹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는 118점으로 '평균 이상' 그룹에 속해있긴 한데, 타고난 기질로 인해 '우수'그룹에는 들어가지 못해 다행히 지능 자체는 문제가 없는 걸로 나왔다.
이런 숫자보다 아이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얘길 들었는데 흥미로웠다. 일단 아이의 종합적인 평은 차분하고, 신중하고, 인내나 끈기를 가지고 있는 모습 등이 나의 기질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리고 시각적 정보 활용이 뛰어나고, 눈치나 분위기 파악 등을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작업기억' 능력이 강점으로 나왔다. 단기적 정보를 보유하여 조작 능력, 순간적으로 기억하는 능력, 정보를 받아들일 때 집중력 등이 뛰어나 이 부분은 강점으로 키워 나가야 될 것 같다.
반면 상대적인 약점의 모습도 알 수 있었다. '언어이해' 부분에서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이게... 애매한데, 전에 '바닥에 주인 없는 돈이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보통은 어른에게 준다거나, 주인을 찾아준다거나 같은 답변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그대로 둔다' 같은 답변을 한다. 사실 이게 내 생각에는 정답이다. 주인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요즘 세상이 그렇다 보니 괜히 엮이면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사회에서 원하는 답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평소에도 어떤 개념에 대해 '정답'만 찾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세상은 입체적인 곳이고, 다양한 정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아이는 하나의 정답을 찾았으면 그 뒤로는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언어이해 결과에도 드러났다. 어쨌든 이런 약점을 알았으니, 매일 자기 전 사회 관련 책을 읽어주고, 그 부분에 대해 조금씩 얘기를 하고 재워야겠다.
육아 휴직을 하고 있으니 이런 부분도 좋다. 아이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 수 있고, 이 시간 동안 아이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도 있으니 검사를 진행하기를 잘했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