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15
"아빠, 같이 놀자!"
아이의 자유시간에는 항상 이렇게 아빠를 찾는다. 평소에 같이 못 있어 줘 미안한 마음에 같이 하자는 게 있으면 웬만한 건 다 해주자며 같이 놀곤 한다. 키워보진 않았지만 아들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 평소에 전혀 하지 않았을 그런 놀이들을 하다 보니 '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와 하면 재밌을 놀이들을 소개하고, 혹시나 "아빠, 같이 놀자"라고 찾아온 딸아이와 뭘 해야 될지 아빠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준비했다. '놀아 준다'는 생각으로 하면 귀찮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의 취미 생활을 한다는 생각으로 놀면 생각보다 더 재밌어, 나중에는 와이프가 그만 좀 해라고 할지도 모른다.
난 스퀴시란 단어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영어로는 Squish, '(부드러운 것이) 으깨지다'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말 그대로 푹신푹신한 것들을 칭하는 것 같다. 신기하게 아이가 엄마 노트북으로 이 스퀴시 도안을 찾아내어 출력까지 해 들고 오면 가위로 자르고, 테이프를 붙이고, 안에 솜을 집어넣으면 스퀴시가 된다.
요즘에는 몰랑이 캐릭터 스퀴시를 만들고 있는데, 검색해보면 도안도 많아서 여러 종류의 것들을 만들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더 재밌다. 물론 종이를 오려서 붙이는 과정이 귀찮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들을 잘 참고 넘기면 꽤 괜찮은 장난감이 만들어진다.
다음 추천 활동은 톡톡 블록, 혹은 디폼 블록이다. 사실 두 개 차이점은 브랜드 차이 정도로 보면 되는 것 같다. 하나의 간단히 한 조각의 블록을 여러 색으로 연결해 모양을 만들어내는 놀이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2D 모형을 만들어냈는데, 요즘에는 한 50cm 정도 되는 3D 모형도 곧잘 만들어낸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도안에 맞춰 블록을 함께 파는 제품으로 구매해 만들어 보면 좋다. 이게 블록을 연결할 때 힘이 필요할 때도 있어서 더더욱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미를 붙이고 좋아하면 대용량 톡톡 블록을 구매 후 구글링 등을 통해 도안을 찾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요즘에는 아이가 포켓몬을 좋아해 도안을 찾아 같이 만들어 전시하면 좋고, 포켓몬 카드 몇 장 사주는 것보다 훨씬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된다.
최근 방문한 교보 문고에서 신기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도전! 진짜 편의점 접기' (광고 아닙니다...) 책 안을 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온갖 제품들을 종이로 만들어 보는 놀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씩 만들어 보면 알겠지만 실물의 특징을 정말 잘 가지고 와서 전혀 유치하지가 않다. 과자도 겉 박스, 껍질, 안 내용물이 구분되어 있고, 라면 같은 것도 겉 봉지, 건스나 분스, 면 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어 만드는 재미가 난다.
우리 딸아이는 미니어처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 놀이도 정말 좋아했었다. 같이 만들며 아이와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역할 분담도 해보고, 다 만들고 나면 편의점 역할 놀이도 할 수 있고, 정말 무궁무진하다. 이 글을 읽는 아빠라면 당장 이 책 하나 들고 들어가 같이 만들기를 하면 아마 꽤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정도는 아이랑 같이 놀기 단계 중 기본 중의 기본, 고전 중의 고전이라 생각한다. 아이클레이나 종이접기, 색칠하기 등은 조금만 검색하면 많은 가이드 영상들이 있어서 따라 만들기도 쉽고, 관련 책들도 정말 다양하다. 평소에 이 정도 만들기는 같이 하고 있는 아빠들이라면 위에 자세히 적어 놓은 활동들을 추가로 해보면 아이가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아이랑 이런 것들을 만들고 앉아 있으면 와이프가 정말 재밌어하며 보고 지나간다. 이게 만들다 보면 실제로 재밌기도 하고, 아이도 좋아하고, 시간도 잘 가고, 어쨌든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니 아이의 성장에도 좋고, 관계도 좋아지고, 뭐 여러모로 좋다. 딸아이에게 추천했지만 성향에 따라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딸/아들 누구나 재밌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점수를 따고 싶은 아빠라면 당장 하나라도 같이 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