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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n 28. 2022

9살 딸아이의 하루

아빠의 육아 휴직 이야기 #14

 혼자 나간 해외 출장지에서는 가족과 같이 밥 먹고, 같이 놀고, 그냥 같이 있는 그 시간이 가장 그리웠다. 그래서 그런지 육아 휴직을 보내고 있는 지금, 가장 좋은 부분은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하루', 특별히 '딸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옆에서 함께 보내 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 딸아이의 하루를 기록해놓으려 한다. 




아침 시간


 06시 20분,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비비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은 엄마가 와서 몸을 주물러주길 원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 잘 일어나는 편인 것 같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바로 책상으로 앉아 아빠가 아침밥을 준비하는 동안 하루의 공부를 시작한다. 수학 연산, 영어 책 읽기를 어느 정도 하면 아침밥 준비가 끝나 밥을 먹는다. 오늘의 메뉴는 연근, 총각김치, 용가리, 그리고 복숭아까지. 간단히 준비하기 좋은 메뉴들이다. 


 밥을 먹은 뒤 다시 책상으로 가 못 끝낸 공부를 이어서 한다. 영어 책 읽기, 원어민 영어 발음 듣기까지 하면 한 시간 정도의 아침 공부가 끝난다. 아이가 아직 학원 다니는 것을 싫어해 엄마가 공부를 담당한다. '잠수네' 영어 공부법으로 어릴 때부터 하고 있는데, 아이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게끔 하고 싶은 마음으로 엄마가 열심히 준비한다. 


 아침에도 놀기 좋아하는 아이는 공부를 끝낸 뒤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20분 정도 자유 시간을 가진다. 퍼즐 맞추기나 종이접기, 아빠랑 보드게임 같은 놀이들을 하다 시간에 맞춰 등교를 한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와이프와 같이 학교를 보내면 이제 한 숨 돌린다. 내가 없으면 와이프가 이걸 다하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난 밥만 해줘도 항상 버거운데... 



방과 후


 오늘은 학교를 마치면 피아노 학원과 미술 학원 가는 날. 아까도 언급했지만 다른 학원은 가기 싫어해 이 두 개 학원만 다니고 있다. 그래도 꽤 오랜 시간 꾸준히 다녀줘서 고마울 뿐이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오후 공부를 시작한다. 오후에는 수학 문제집, 구구단 문제집 풀기, 다시 영어 책 읽기가 이어진다. 해내는 아이도 대단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서 매일 아이의 공부 거리들을 준비하는 와이프도 대단하다고 느낀다. 


 공부가 끝나면 독서록 쓰기가 이어진다. 독서록은 학교마다 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하루에 두 권, 한 학년 동안 쓰도록 권장해 학년이 끝나면 시상한다. 작년에 하루도 안 빠지고 써내 상을 받더니, 올해도 당연히 상을 받겠다며 계속 써내고 있다. 아무래도 아이의 가장 큰 장점은 이 성실함 인 것 같다. 


 독서록까지 쓰면 하루의 공부가 끝이 난다. 이후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데, 놀이터에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 나가 놀기도 하고, 집에서 놀기도 하고, 그때그때 다르다. 오늘은 특별히 얼마 전에 산 과학실험키트를 이용해 과학 실험을 같이 했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써봐야겠다. 



저녁 시간


 저녁 6시~7시 정도, 저녁 식사를 한다. 저녁은 보통 와이프가 준비한다. 저녁 식사 시간은 아이의 유일한 TV 시청 시간이다. 미안하게도 아이는 얼마 전까지 우리 집에서는 한글 TV가 안 나오는다고 알 정도로 집에서는 영어로 된 DVD만 틀어줬었다. 요즘에는 그래도 주말 정도에는 한글로 된 TV (주로 포켓몬스터)를 틀어주기도 한다. 확실히 몇 년간 계속해서 듣다 보니 내용을 아는 건지 DVD를 보며 웃기도 하고, 내용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식사 후에는 씻기도 하고, 자유 시간을 가진 뒤 30분 정도 한글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다행히 책 읽기를 좋아한다. 이것도 엄마 덕분인 것 같다. 어릴 때 (한글을 모를 시절) 엄마가 매일 5권 정도는 동화책을 정말 재밌게 읽어줘 지금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 와이프가 책을 정말 잘 읽는다. 이걸로 유튜브 하면 인기 많을 것 같다. 진심으로... 


 책을 읽은 뒤, 9시 정도가 되면 아빠와 함께 책을 하나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요즘은 아람 출판사의 '똑똑한 사회 씨' 책을 읽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최근에 했던 웩슬러 검사에서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하단 결과를 보고 다양한 사회 관련 내용을 읽고 얘길 나눈다. 나눈 얘길 가지고 다음날 독서록도 쓰니 1석2조. 이렇게 책까지 읽고 나면 드디어 잠자리에 든다. 


딸아, 네가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엄마, 아빠가 모든 걸 갈아 넣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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