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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l 08. 2022

아빠랑 책 읽으러 가자!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17

"이제 아빠랑 책 읽으러 가자"


 매일 저녁 9시가 되기 몇 분 전, 항상 아이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얼마 전 진행한 웩슬러 지능검사 시 '언어이해' 부분에서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같이 책 읽기를 시작해봤어요. 특별히 일반 동화책보다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주고 싶어 한 출판사에서 나온 '사회 전집'을 한 권씩 같이 읽고 있어요.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상담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곧 이해가 되더라고요. 사실 아이가 평소에도 어떤 개념에 대해 '정답'만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사회는 입체적인 곳이고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는데, 아이가 생각한 하나의 정답 이외에도 다양한 정답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회 전집에는 다양한 사회의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문화가정에 대한 내용, 돈이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최근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4.19 혁명에 대한 내용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혼자 읽으라고 두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 양질의 책 읽기 시간을 만들고 싶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 미리 읽어보며 질문을 준비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물론 제가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할 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그걸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하기도 해야 되고, 관련한 배경 지식도 설명해줘야 하고, 아이가 생각해서 답 할 수 있게 질문을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산골 마을 이야기 책을 읽고서는 산에 살면 어떨지, 도시에 사는 건 어떤지, 어떤 불편한 점이 있는지, 어디에 살고 싶은지 등을 얘기했었고,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읽으며 다문화 가정 친구가 주변에 있는지, 누군가 다문화 가정 친구가 다르다고 괴롭히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만약에'에 대한 질문을 만들었었어요. 대통령이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대통령을 아이 반 반장으로 바꿔, 만약 반장이 좋아하는 친구만 잘해주고, 싫어하는 친구에게 청소를 다 시키면 어떨지 같은 질문들을 만들었었어요. 


 당연히 처음에는 '몰라'나, 그냥 단답형 답변들만 했고, 책 이야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얘기만 해서 속이 끓어오르기도 했었죠. 하지만 확실히 이것도 한 달 정도 하니 아이도 이 시간을 기다리고, 하나씩 배워가는데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답변을 할 때도 더 생각하고 말하고, 계속해서 하는 질문에 답변도 끈기 있게 잘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다음날 쓰는 독서록에 전 날 아빠와 한 얘기들을 위주로 독서록을 적으니, 줄거리 위주로 적던 독서록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았어요. 


 이제 제가 같이 있을 시간이 두 달 정도 남았어요. 육아 휴직이 끝나면 다시 해외 어디론가 출장을 떠날 텐데 어쨌든 그때까지라도 계속해서 책을 읽으며 아이와 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가끔은 책을 읽어 줄 때 아이가 잠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아빠 여러분, 오늘은 책 한 권 들고 아이에게 가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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