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주 차 시작이네요. 아빠 육아의 처음을 어떤 활동으로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책 읽어 주기기'가 제일 좋으면서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물론 잘 못 읽어줬어요. 아이가 글을 배우기 전엔 출장 나갔다 잠깐 한국에 오는 10일 정도 책 읽어주고, 다시 3개월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반복이라 아이에게 좋은 것을 알면서도 못했어요. 아이가 조금 더 커 한글을 알면 혼자 책을 읽으니 더더욱 책을 읽어줄 시간이 없어지죠.
처음 아이에게 책 읽어줬을 때가 생각나요. 처음에는 이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동화책을 읽어본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나고, 남에게 책을 읽어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와이프가 평소 하던 대로 한 번 시도해 봤어요. 여러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며 연기하듯 책을 읽는데 솔직히 저한테도 재밌어서 저도 빠져들었었죠. 그대로 저도 해봤는데, 저는 뭐... 모든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톤이 똑같으니 아이가 싫어하는 게 느껴졌었어요. 그래도 꿋꿋이 읽으니 아이도 좋아해... 줬던 것 같아요.
최근 베스트셀러로 이슈가 된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전국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진단평가' 결과는 우리나라 문해력 교육을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또래인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이 27%에 달했고, 이 중 초등학교 수준에 해당하는 아이의 비율도 11%나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문해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이 문해력의 뿌리가 단단히 자라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국가의 위기로 보고 책 읽어주기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고 장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 읽기는 당연히 해야 되는데, 우리 아빠들의 책 읽기는 엄마와 다르게 아이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온다고 해요. 실제로 아이에게는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도 필요하지만 성인 남성의 굵은 음성도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하버드 대학교에서 미국 430가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아빠가 책을 읽어줄 경우 엄마가 책을 읽어준 아이보다 어휘 발달, 지능, 유아 언어, 인지 발달, 정서 발달 등 여러 분야에서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엄마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인지 발달에만 일부 영향이 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에서도 조사를 했는데, 만 7세 아동 3천3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아빠가 책을 읽어준 7세 아이들의 읽기 성적이 더 높았고, 청소년기 정서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도 낮았다고 합니다.
호주 멜버른의 '머독아동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있는데, 연구진은 405 가정이 참여하고 있는 호주 연구위원회의 'Let's Read'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그 결과 2세 때 아빠가 책을 읽어준 아이들의 경우 4세가 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언어 능력이 더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이 결과는 부모의 소득 및 취업 상태, 교육 수준 등의 변수를 고려해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어요.
이 말고도 여러 연구 결과에서 아빠의 책 읽기는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좋은 점뿐이지만 아빠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물론 아빠들이 모르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고, 뭔가 쑥스럽기도 하고, 저도 여러분들 마음을 다 알아요. 그러니 우리 이번 주에는 딱 두 번, 하루에 한 권씩 자기 전에 책 한 번 읽어봐요. 이번에 해보고, 아이가 너무 좋아하면 또 해주고 하다 보면 우리 아이에게도 위에 언급했던 좋은 효과들이 나타난다고 하니 믿고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요?
일단 집을 한 번 둘러봐요. 책이 엄청 많죠? 그 책들 중에 한 권을 골라와도 좋고, 집에 책이 없으면 나이대에 맞게 추천해주는 책들이 많아요. Olive Note에서는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인터파크 4곳의 서점에서 2020년 가장 인기 많은 동화책을 정리했어요. 각 서점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아래 책들 중에서 골라서 읽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의 나이에 따라 읽어주는 책이나 방법이 달라지긴 합니다. 두 돌 즈음의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물이나 동물, 일상 속 사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에서 의성어나 의태어를 경험하는 것이 좋고, 세 돌 즈음의 아이는 내용의 색이 화려한 책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도록 해주면 좋아요. 아마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48개월 이상의 아이는 글밥이 많아지고 구체적인 정보와 사실을 다루는 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 전래동화와 같은 옛이야기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최고입니다. 일단 여러 책을 통해 우리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도움이 된답니다.
책을 읽으실 때는 과장되게 읽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내가 마치 배우가 된 것 마냥 오버하면서 책을 읽어야 아이가 듣더라고요. 힘들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봐요. 할머니가 나올 때는 목소리를 할머니처럼, 아이가 얘기하는 부분은 아이처럼 연기를 해봐요. 처음에는 쑥스러운데,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물론 엄마들이 '저 사람 왜 저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뭐 어때요, 아이가 좋아하는데. 정말 할 번만 해보면 제 말 다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라면 이제 어느 정도 책을 읽어서 사실 아빠가 읽어줄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히려 세상을 더 넓게 알아가는 시기고, 궁금한 것도 많기 때문에 아빠의 책 읽기가 더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저는 요즘 사회 전집을 통해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어주며 관련 내용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얘기를 이어가곤 한답니다. 이런 활동이 아이에게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장면 이야기하기, 책 속 이야기에서 일어난 사건을 흐름에 따라 배열하기, 읽었던 책 엄마에게 소개하기, 뉴스나 일상 속 사건과 연결하기 같은 활동들은 아빠와 아이의 책 읽기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책을 통해 아이의 사고력과 상상력, 문해력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이 책을 통해 아빠와 대화도 나누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활동이죠.
제가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지 설문을 해봤어요. 대략 절반 정도의 아빠들이 이미 책을 읽어주고 계시더라고요. 분명 이 책을 접하시는 분들도 이미 책 읽기를 실천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해보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집에 와서 아이들 책 읽어주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인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빠가 책 읽어주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의 얼굴을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지 않으세요?
자, 이미 책을 읽어주고 계시는 아빠들은 평소대로 읽어주시고 더 좋은 꿀팁을 나눠주시고, 이제 시작하는 아빠들은 책부터 고르고, 이번 주 일정 중 책 읽기를 가장 우선순위로 잡고 일주일 계획을 잡아주세요. 그날은 퇴근도 일찍 하고, 하루 종일 설레는 마음으로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와주세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모든 아빠들 정말 마음 깊숙이 응원합니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