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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Aug 22. 2022

3주 차 - 놀이터에서 놀기

 지난주 아이들 식사 차려 주기는 해 보니 어떠셨어요? 간단한 요리들은 생각보다 할 만하지 않던가요? 일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차렸다는 가정하에 아이들도 좋아하고 와이프도 너무 좋아했... 겠죠? 혹시나 이 책을 아내 분이 먼저 읽고 아빠에게 추천해주셨다면, 아내 분이 읽고 있다면 잘 못해도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아빠들이 더 힘내서 할 거예요. 끝까지 응원 부탁드려요. 


 자, 이번 주에는 우리 밖으로 한 번 나가봐요. 밖이라고 해서 별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유치원생뿐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한 번 가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그곳, 놀이터로 가봐요. 혹시 지나가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장면을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대부분 아이들끼리 놀고 있고, 엄마들은 옆에서 다른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놀이터 그 어디에도 아빠의 모습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빠들이 더욱 놀이터로 가야 될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칼퇴근 하기 눈치 보이는 것 잘 알고 있어요.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아빠들에게 감히 놀이터에 나가 놀아라니, '아빠가 무슨 슈퍼맨이냐'라고 생각하고 계실 것 아는데요, 예쁜 아이들이라도 가끔은 귀찮게 느껴질 것도 잘 아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아빠가 필요해요. 거창한 놀이기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그 시간이 아이에겐 최고의 순간인 거죠. 


 사실 아이랑 놀이터에서 뭘 해야 될지 전혀 감이 안 오잖아요. 그런데 거창한 건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저 함께 그네를 타고, 함께 시소를 타고, 함께 달리기를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아이랑 놀고,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차린 맛있는 밥을 먹고, 씻고, 여유가 되면 책도 한 권 읽어주고 나면 그대로 꿀잠!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시간 들이죠. 자, 그러면 놀이터에서 뭐하고 놀면 좋을까요?



달리기, 숨바꼭질


 아무런 준비물도 필요 없는 최고의 놀이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요시 땅!' 외치고 어디까지 달리기만 해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왜냐? 남들은 같이 없는 아빠가 같이 놀고 있으니까! 아빠가 일단 놀이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되게 든든한가 보더라고요. 한 번 나가보시면 제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거예요. 그렇게 달리기만 하면 심심할 수 있으니, 킥보드가 있으면 아이는 킥보드, 아빠는 발을 이용해 달리기를 해도 좋고, 숨바꼭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좋습니다. 신나게 땀 흘리며 그저 친구가 된 듯 같이 뛰기만 하면 됩니다. 이 정도 체력은 가지고 계시죠? 



줄넘기


 사실 저는 운동 신경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체력은 좋지만 공으로 하는 운동은 그냥 껴서 즐길 정도밖에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 반 대항 축구 시합이 있었는데 반대표로 끼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절 찾지 않았었죠... 괜찮아요. 그래도 전 운동신경 좋은 와이프를 만났으니까요. 제 와이프는 학창 시절 수영과 육상 선수를 할 만큼 운동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둘이 만나 아이가 생겼는데, 이 아이는 제 운동 신경을 닮았나 봅니다. 음... 남들보다 더 연습을 많이 해야 되는 아이가 나왔어요. 


 아이 학교에서 줄넘기 수업을 하는데 너무 못한다고 생각한 아이는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줄넘기를 알려주기 위해 놀이터로 나갔던 거였어요. 방법을 가르쳐주며 매일 같이 하다 보니 조금씩은 늘어나더라고요. 한 번에 몇 개 하기, 이단으로 뛰기 같은 미션을 줘가며 같이 뛰는 그 시간이 소중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뛰다 보니 조금 지겹기도 하고, 어릴 때 하던 놀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이게 이름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한 사람이 가운데에 앉아 머리 위로 줄넘기를 크게 돌리면 다른 사람들이 줄을 뛰어넘으며 바닥 짚기 같은 미션을 하는 그 놀이 있잖아요? 그걸 처음엔 해봤어요. 바닥 짚고, 아빠 머리도 한 번 짚고 하니 아이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몇 번 줄을 넘기다 보니 신기한 일을 경험했어요.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희한테 오더니 같이 해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렇게 전 동네 놀이터 인싸가 되어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줄넘기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다들 아시는 림보도 할 수 있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놀이도 할 수 있어요. 양 옆에서 줄을 돌리고 가운데에 들어왔다 나가는 그거 있잖아요. 저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아이들이 몰려와서 그것도 같이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으쓱해하며 속으로 '우리 아빠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어요. 


 

그네 타기


 줄넘기를 하다 보면 아이가 조금 힘들어 할 수 있어요. 이젠 놀이 기구를 타러 가보시죠. 우선은 바람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그네부터 타러 갑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빠 보고 밀어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빠 저리 가, 혼자 탈 거야'라고 하네요? 그래서 혼자 뒀더니 난리가 났어요. 일어서서 타기도 하고, 앉아서 몇 바퀴를 돌려 빠르게 풀어가며 타고, 옆의 그네와 연결해서 타고, 한 그네에 한 명은 앉고 한 명은 서서 타고... 뭐, 아이가 좋다고 하니 위험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는 선에서는 보통 그냥 둬요. 그렇게 놀이기구가 질려갈 때쯤 다음 놀이를 하러 가시죠. 



배드민턴


 다음 추천 놀이는 배드민턴이에요. 사실 정상적인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은 아이가 하기 힘들어해서 저희는 왕배드민턴 세트를 사용해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빅 민턴, 이영자 배드민턴 이런 식으로 불리더라고요. 물론 이 채를 사용해도 잘 하진 않아서 그저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 치는데 그래도 아이가 엄청 좋아해요. 아, 물론 배드민턴을 해도 옆에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듭니다. 조금 치다가 '너도 쳐볼래?' 하면서 넘겨주고 옆에서 조금 쉬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노는 것도 힘들어요... 


 이 정도 놀면 이제 들어가서 씻고 저녁 먹으면 됩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규칙이나 계획을 세워둬 봤자 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뭘 할지 머릿속에 정리돼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 위주로 놀이터에서 같이 놀면 됩니다. 주야장천 줄넘기 돌려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뭐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으시죠...?


 위에도 언급한 것처럼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모르는 아이들이 같이 놀자며 다가올 때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의 모습이 재밌어 보여 왔을 수도 있고, 아빠랑 놀고 싶어 모르는 아저씨라도 같이 놀고 싶어 다가온 것일 수도 있고요. 정말 힘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아빠들이지만 일단 이번 주에 딱 하루만 나가서 아이랑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봐요. 생각보다 재밌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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