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저희가 함께한 지 4주가 됐네요. 한 주씩 잘 따라오고 계시죠? 지난주 놀이터 놀이는 어떠셨어요? 혹시 놀이터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이 졸졸 따라오는 것을 경험해보신 아빠도 있을까요? '우리 아빠가 나랑 같이 잘 놀아주는 아빠'라는 눈빛을 받아 본 아빠라면 얼른 다음 미션을 통해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을 거라 장담합니다. 그럼 이번 주는 실내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활동을 준비했어요.
혹시 보드게임을 같이 해 보신 아빠가 있을까요? 2005~2006년 정도에 한 참 보드게임 카페가 유행해 친구들이랑 많이 놀러 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재밌게 했던 보드 게임이 아직도 판매되고 있고, 이제는 아이들이 그 게임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와이프가 하나씩 보드게임을 사 모아놓긴 했지만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아이는 제가 한국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씩 해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고, 아이랑 가까워지기에도 참 좋더라고요.
보드게임은 놀이에도 좋지만 당연히 교육의 효과도 좋다고 해요. 두 사람 이상의 참가자가 게임을 하니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방법 등을 경험하고, 승패에 따른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인내심, 공간적/논리적 사고, 승부욕 등을 배울 수 있죠. 더 나아가서는 보드게임을 통해 다양한 사고 과정을 겪고, 새로운 문제가 닥쳤을 때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죠. 이게 노는 걸로 보이지만 결코 노는 시간만 되는 건 아닌 거죠.
파주 교하도서관에서는 꾸준히 보드게임 교실을 운영하며 여러 아이들을 봐왔다고 해요. 그곳에서 일하시는 한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산만한 아이들도 게임에 빠지면 제법 진지한 태도로 바뀌고, 게임에서 계속 지는 친구는 분에 못 이겨 얼굴이 벌게지지만, 곧 상황을 잘 풀어나가는 것도 배워 나간다고 해요. 이렇게 보드게임을 통해 사회성을 배워가는 거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보드게임을 책으로 취급한다고 해요. 독일 출판사 중에는 보드게임을 함께 제작하는 곳이 많고, 여러 선진국의 도서관에는 보드게임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죠. 보드게임이 책과 같이 유익한 문화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나라도 요즘 도서관에서 보드게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으니 집 주변 도서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찾아봐도 좋고, 요즘에는 만화카페에서도 쉽게 보드게임을 찾아볼 수 있으니 그런 곳을 이용해도 쉽게 보드게임을 접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그러면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보드게임 몇 가지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저의 소개글을 참고하셔도 좋고, 검색을 통해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게임을 즐겨보시기 바라요. 아, 게임을 하며 아이가 기분 나쁘지 않게 어린 나이면 눈치껏 조금씩 봐주며 해주는 것도 팁이죠. 물론 9살 정도 되니 제가 전력을 다해서 참여해도 질 때가 많습니다.
우봉고
아마 제가 가장 많이 한 게임이지 않나 싶어요. 룰은 단순합니다. 일단 12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블록을 나눠 갖고, 게임마다 새로운 카드를 받아 주사위로 굴려 나온 모양에 해당하는 블록 3~4개를 이용해 먼저 흰 공간을 채우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저희 아이는 블록 3개를 이용하고, 저는 4개를 이용해서 게임을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뇌가 말랑말랑해지기 전에는 블록 3개짜리로 먼저 해보셔도 좋아요.
블로커스 (Blokus)
이 게임은 쉽게 얘기하면 땅따먹기입니다. 4가지 색의 블록이 있고, 순서대로 돌아가며 하나씩 블록을 둡니다. 블록을 놓을 때 같은 색끼리는 면이 닿을 수 없고 모서리만 닿게 둘 수 있어요. 블록을 놓을 때는 최대한 상대방이 놓지 못하게 공격하며, 내가 놓을 공간을 확보하며 진행하면 되고, 변수가 많아서 다양한 곳의 블록을 계속 생각하며 게임을 해야 해요. 저희 아이는 7살 때 이 게임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했지만 그땐 제가 많이 봐줬어요. 하지만 9살이 된 지금은 제가 온 힘을 다해서 게임을 해도 서로 이겼다 졌다 하며 게임을 합니다.
우노 (UNO)
우노는 이탈리아어로 1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원카드와 아주 흡사한 게임이에요. 룰은 바닥에 놓인 카드와 같은 색이나 숫자 카드를 내려놓으면 되고, 여러 규칙 카드를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며 마지막 한 장이 남으면 우노! 를 외치면 됩니다. 원카드랑 똑같죠? 아이가 어릴 때는 숫자 카드만 가지고 게임을 했는데, 요즘에는 규칙 카드도 같이 써 가며 게임을 해요. 이 게임은 머리를 쓰는 것도 있지만, 운이 중요하다 보니 나이가 적고 많음이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빠를 이기기 쉽다 생각해 눈만 뜨면 우노를 하자고 하기도 해요.
도블 (Dobble)
보드 게임을 조금만 해봤으면 바로 알만한 게임, 도블입니다. 이건 룰이 아주 단순해요. 카드를 나눠 가지고, 놓인 카드에 있는 모양과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에 같은 모양이 있으면 그 모양을 외치고 카드를 바닥에 놓으면 됩니다. 대신 모양과 색이 뒤죽박죽이라 처음에는 쉽지 않고, 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순발력과 관찰력이 아주 중요한 게임인데, 아무래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잘하는 것 같아서 조금씩 어려운 듯 연기를 하며 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셈 셈 피자가게
이쯤 되면 초등 저학년을 위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게임도 하나 추천하려고 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간단한 게임이죠. 피자 카드 3장을 가져가고, 추가로 가져가는 연산 카드 3장을 이용해 1~6까지 정해진 곳으로 가 피자의 재료 (올리브, 파프리카, 치즈 등)를 모아 피자를 만드는 게임이에요. 더하기나 빼기를 이용해 뒷자리를 맞춰야 되니 자연스럽게 연산 공부를 할 수 있답니다.
루미큐브 (Rummikub)
국민게임 루미큐브입니다. 저 이거 20대 초반에 정말 많이 했었는데, 요즘에도 이걸 하더라고요. 저희 아이도 친구 집에서 한 번 해보고 얘기를 해 같이 해보게 됐답니다. 1~13까지의 숫자 타일을 14개씩 가져가고, 모든 타일을 규칙에 맞춰 바닥에 내려놓으면 끝나는 게임입니다. 연속된 세 개의 숫자 타일을 놓거나, 다른 색의 같은 숫자를 놓는 것이 기본 규칙입니다. 나의 타일도 봐야 되고, 남의 타일도 계속해서 관찰해야 하는 조금은 난이도가 있는 게임이죠. 저희 아이도 생각보다 잘 해내더라고요. 이 게임도 같이 해 보시면 나중에는 아빠보다 훨씬 잘하는 아이를 보게 되실 거예요.
몇 가지 게임을 추천해드렸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와 마트에 가서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은지 얘기하며 골라봐도 좋고, 가족 구성원의 취향을 고려해 고르면 좋을 것 같아요. 무슨 게임이냐보다는 일단 하나의 게임을 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이게 바로 이번 주의 미션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숙지하기까지 아이가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아이의 시선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아이가 어려워하면 조금 더 시간을 주며 여유를 가지고 게임을 해보면 아이와 훨씬 돈독해진 관계가 만들어졌을 거라 확신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그 시간을 즐기며 이번 주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