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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더필즈 Jul 17. 2022

새송이버섯

치료냐, 즐거움이냐

갑자기 생각난, 얼마 전의 약국 일화.


혈압, 당뇨약을 우리 약국에서 조제해 가시는 50대 여성분이 있다. 항상 귀여운 웰시코기 한 마리와 함께 등장하시는 이 분은 상당히 크고 높은 목소리의 소유자이시다. 처음에는 그 큰 발성 때문에 화를 내고 계신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그저 목소리가 크실 뿐 상당히 유쾌하고 귀여운 분이셨다. 어느새, 다른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잠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이 분이 얼마 전 또 처방전을 가져 오셨기에 보니, 피오글리타존이라는 당뇨약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최근에 당화혈색소가 1% 정도 더 올랐다고 했다. 이제 먹는 당뇨약을 세 종류나 드시게 된 것인데, 여기서 또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인슐린이나 다른 주사제를 맞아야 할 수도 있고, 다른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더 높아지게 된다.

나는 환자분께 여름철에는 특히 과일과 음료를 많이 섭취하면서 당이 확 오를 수 있다고 말씀 드리면서, 평소 식이 조절에 소홀했다면 이젠 정말 마음을 잘 잡고 생활습관을 교정해야만 한다고 알려 드렸다.


"응~ 알겠어! 뭐 어렵지 않지!"  환자분은 호탕하게 대답하셨고, 날이 더우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며 잠시 내려 놓았던 장바구니를 쥐어들고 돌아서셨다.


그 때, 옆 마트에서 가득 채워 오신 그 장바구니 위로 뾰족 솟은 무언가가 보였다.


하얗고 둥근 모서리를 보니 영락없이 새송이버섯이었다. 당뇨약을 추가로 받으신 만큼 식단에도 조금 더 신경쓰기로 마음먹고, 저녁에 버섯요리를 해 드시려는 모양이었다. 일부 특정 버섯을 제외하고는 식품으로서의 버섯 자체가 혈당 조절에 특효인 것은 아니지만 탄수화물이나 지방질 많은 반찬을 대체하기에는 훌륭한 식품이다. 그 모습이 좋아 보여 한 마디 건네 드렸다.


"오늘 버섯 반찬 해 드시려나봐요! 너무 잘 하고 계시네요."

그러자  환자분이 으잉? 하는 표정으로 나와 장바구니를 여러  번갈아보시더니, 갑자기 으하하하 웃으시며  버섯 뭉치를 나에게 내밀어 보여주셨다.


"아 이거? 오늘 구워 먹을거야! 구워 먹으면 엄청 맛있대!"


그렇지. 버섯은 구워 먹으면 맛있지. 하지만 그 분이 들어올린 뽀얗고 말랑말랑한 동그라미는


마시멜로였다.




"아이고오!!!!! 마시멜로라니요!!!!!"


지금까지의 식이습관 교육이 무색해지는 순간,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나와는 달리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고 헤헤 웃고 계신 환자분을 보니 나도 맥이 탁 풀리면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결국 마시멜로는 어쩌다 한번, 먹게 되더라도 꼬치를 줄줄이 꿰어 먹지는 않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은 뒤에야 환자분을 보내 드릴 수 있었다.



*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엄격한 생활습관 교정에 대한 강박으로 힘들어하기보다는, 가끔 몸에 해로운 행동을 하더라도 유쾌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이 때로는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의 일상을 무너뜨리거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정도로 선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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