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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리 Sep 27. 2021

이직을 생각할때 고민해봐야하는 것

[이성에세이] 이직의 타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한 세 가지 고민


첫 번째는 실제로 내가 이직하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다. 모든 사람들이 조직에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맞추면서 다니게 되지만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들이 가려고 하는 회사에서도 필요한 일인지 또는 인정해주는 역할인지가 중요하다. 현재 회사에서 내가 잘하는 것을 인정받는 다하여도 상황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변화하는 회사의 방향을 정하는 상사, 대표가 바뀌거나 흐름이 변경되었을 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관습에 익숙해져서 혼자 기존의 방식대로 내가 잘하는 것을 인정받고자 한다면 결국에는 나 자신이 지쳐서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이때 방향을 정해야 한다. 변화하는 큰 줄기의 방향을 따르기로 결심하거나 혹은 방향을 바꿔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거나.

회사에서는 너무도 당연시되는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내게는 그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물론, 나보다는 리더의 방향이 옳은 방향일 때가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사는 그에 맞는 대가를 받는 것이고, 나는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

 



두 번째는 지금 내가 떠나려는 이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유가 나를 배반하는 일이라면, 나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할 만큼 가혹하다면 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길로 가지 않은 권리. 그 무리와 함께 하지 않을 권리 또한, 내 몫이다.

하나의 무리에 오랫동안 속하게 되면 비슷한 사람들,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니 그도 그럴 것이다. 처음 겪으며 충격을 적잖이 받던 사람들도 몇 개월이 지나면 그들조차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인정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들이 겪는 놀라운 반응을 보더라도 무던해지며 너도 곧 적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무리 안에서 올바른 소리,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은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며, 그들이 그렇게 자부했던 것들은 세상 밖을 나와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떠나는 사람은 줄곧 벗어나려 했지만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한다. 물정 모르는 사람들 곁과 말도 안 되는 몰상식에서 벗어나려는 각고의 노력과 약해진 마음을 단단히 여미고 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당신과 함께 걸어온 사람들을 뒤로 한채 무정하게 떠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미련과 아쉬움, 내가 하지 못한 것들. 그리고 내가 쌓아온 것들을 쿨하게 보내주기란 참 어렵다. 좋기만 할 때는 떠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이고, 내가 익숙한 것들을 끊어내고 새로운 인연과 운을 만나기 위해 현재의 고통스러운 현실로 나를 일깨운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자연스러운 나로 살 수 없게 하는 상황들과 사람들은 고통스럽다 못해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며 나로서의 자아를 망가뜨리기 직전까지 몰아세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로 인해 나는 각성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것들이 연결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 조차 내가 더 성숙해지고 내가 가야 할 곳을 명확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큰 병을 앓기 전 작은 초기 증상, 건강에는 문제가 없지만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건강 검진과 같은 역할이랄까.



세 번째로는 지금 당장 일을 수월하게 해내지 못함에 대한 고통스러움을 회피하기 위함인지를 생각해본다. 내가 겪어 본 바로는 살아남는 자가 이긴다는 말은 사실 옳다. 작은 물결에도 소스라쳐 놀라 도망가는 선택을 하여 잦은 이직을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의 인내와 회사 안에서의 적응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오롯이 해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내 몫을 다하게 되면 자연스레 살아남게 되고 그 보상은 주어진다. 그 보상이 주어지기 전까지 떠날지 말지는 본인의 몫이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를 빠르게 인정하고 이동하는 것 또한, 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내의 시간,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은 필요조건이다.

 



한 회사에서 5년 넘게 자신의 모든 인생을 함께 하였다면 누구도 쉽게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 지나간 세월 동안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본인의 몫을 다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누가 당신을 붙잡든 오롯이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나를 인정해주는 회사를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곳에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또, 한 번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이 회사에서 겪을 만큼 많은 파도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다른 색의 다른 방향에서 파도가 흘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겪어보고 아는 고통과 힘듬을 대처하는 것은 조금 더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바람이 거세고 물결이 세다고 할지언정 몸을 구부려 파도를 피할 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바다와 파도를 만나러 가는 그 순간 설레고 마냥 좋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은 멀리서 보았을 때뿐이다. 

 

직접 파도와 바람을 맞이하는 순간 휘청이며, 넘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역시 바다는 위험한 곳이었어. 를 깨달으며 수십 번 파도를 맞이하고 바람을 맞다 보면 더 이상 바다가 무섭지 않아 질 때가 올 것이다. 그 순간까지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가져보자. 바다를 정면으로 내가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을 때가 오면 그때는 파도 위에서 바람과 함께 출렁일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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