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리 Oct 10. 2021

여유 있게 산다는 것의 아이러니

[감성에세이] 나는 치열함 속의 여유를 사랑한다.

나는 여유 있게 사는 삶이 좋다.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인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는 항상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사실, 공부하는 것이 그리 싫지 않았다. 아니, 싫었더라도 시험 볼 때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자 공부했다. 이미 아는 문제를 푸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있을까.


물론,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끼고자 시험과는 상관없이 공부했다. 시험이 닥쳤을 때의 그 불안감과 압박감을 피하고자 했던 욕망이 컸던 것 같다.


반면,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공부를 안 했다. 공부를 좋아한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다. 아는 문제를 맞히는 재밌는 게임은 끝이 났다. 모든 문제를 알기에는 내용은 방대했으며, 어려웠고 시험에서의 여유를 찾는 것보다 더 쉽게 나를 재밌게 해 줄 게임은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대학 생활은 내내 치열했다. 공부하는 것 말고도 나의 열정을 쏟을 것들이 많았고, 그 안에서 나는 대학생의 여유를 최대한 누렸다. 그때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여유롭지만 치열한 대학생활이 정말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벚꽃 피는 시험 기간일 때는 왜 맨날 시험 기간에 피는 것이냐며 불평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온갖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밤새 같이 공부하며 후회하기도 했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밤새도록 과제한 것을 다시 해야함을 알면서도 이따 밤에 야식은 뭘 먹을지 고민했고, 산더미 같은 과제들이 싫으면서도 남자 친구와 도서관에서 알콩달콩했던 그 시간 자체는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여유롭게 사는 것이 내가 진짜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적인가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삶의 방향은 맞지만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서 치열하게 달리되 그 과정을 즐기고자 여유라는 요소를 넣는 것뿐이니까.


예전에는 목표가 단순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시험을 잘 보고 싶었고, 대학교 때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대학 시절을 즐기자는 것이 내 목표였다.


지금 내가 가진 목표는 무엇일까.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해야 하는 것들이 많으면서도 누구 하나 콕 집어 말해주지 않으니 하나만 보고 달리기가 어렵다. 직장에서의 승진을 위해서도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 달릴 것도 아니다. 목표가 하나일 때가 가장 쉽다.


"학생 때가 제일 좋은 거야. 공부가 제일 쉬워"


이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불확실한 삶의 파도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어떻게든 항해하는 것. 이것을 이해하면서 어른이 되는 걸까.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목표가 이리저리 흔들리니 우선, 삶에서 더 이상 치열하지 않다. 아니, 치열하지 않다기보다는 안주해버렸다. 오늘도 회사에선 누구 못지않게 바쁜 하루에 이리저리 치이고 지쳐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퇴근하고 나서나 주말에의 여유는 마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나는 여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서 치열하게 달리되 여유롭게 해내는 내 모습을 사랑한다. 여유로운 삶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목표를 위해 달리는 내 모습이 전제 조건이다. 그 목표를 세우는 것이 현재 내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이직을 생각할때 고민해봐야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