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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y 28. 2016

유럽은 멀지 않아요.

서유럽의 끝, 호카곶

  스페인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유럽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리스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우리는 포르투갈로 이동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신트라의 풍경. 동화마을 혹은 에덴동산이라 불리는 신트라. 신트라에서의 기억은 조금 흐릿하다. 전날 과음을 한 탓도 있지만 몽환적인 분위기의 마을이 꿈속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서유럽의 땅끝마을까지 돌아보고 오니 여행의 막바지였고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화장실이 딸린 버스였는데 괜히 화장실 근처에 앉았다가 악취 때문에 죽을 뻔했다. 안대를 마스크 대용으로 하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왼). 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던(오).

  버스에서 내리니 이런 클래식 미니 쿠퍼가 즐비했다. 동호회 모임이라도 있었던 것 같다. 하나하나 그 귀여움과 독특함이 물씬 풍겨지는 낯선 번호판이 더욱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원형의 주차장에 동그랗게 주차되어 깜찍했다.  

  그리고 미니 트레인 같은 관광차를 타고 마을을 돌아보려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영화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멋스럽다.  

  이곳은 호카곶에 도착하기 전, 신트라 시내. 대기 시간이 조금 있어서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메뉴 두 개를 주문했는데 15 였으니 매우 저렴한 편. 남유럽은 메인 도시를 제외하면 물가가 비싼 편은 아니다.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편. 발품을 조금만 팔면 예상치 못한 맛집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믈렛과 버거를 주문했는데 한국 오므라이스 생각했다가 계란말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햄버거와 밥을 함께 주는 조합 또한 특이했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식당에서 서빙을 해주는 웨이트리스 여자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메이드 옷을 입은 금발의 아가씨는 영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였다. 어쩐지 손님들이 다 남자 더라니..

  다시 호카곶으로 이동. 유럽의 땅끝이라 불리는 곳에서 바라본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욱 운치가 있었다. 먹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내게 무슨 계시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제주도 섭지코지를 연상케 하는 길을 따라가면 전망 좋은 절벽이 사방에 펼쳐진다.

  절벽을 앞에 두고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던 커플. 당시에는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왠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탓이겠지만. 베스트 샷으로 꼽는 그림인데 두 연인에게 선물로 보내줄 걸 그랬다. 합성한 것 같은 배경이지만 정말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

  정말로 섭지코지 st인 땅끝마을. 저기 가면 송혜교가 기도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정말로 서유럽 끝까지 왔구나. 감동적이면서 쓸쓸한 감정이 바람을 따라 일었다. 조금 더 맑은 날에, 맑은 정신으로 왔었다면 여행 중에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어서 아쉽기만 했다. 그동안 여행한 곳들이 '관광지'에 가깝다면 이곳은 정말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곳.

  찍을게 절벽밖에 없지만 아름답다.

한 발짝만.

  이곳은 장소를 옮겨서 리스본 항구. 탑은 벨렘탑.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져 있어서 반가웠다.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접했거나 세계사를 조금만 안다면 모험가의 나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미지의 나라를 탐험하려는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아쉬움을 안고 다시 리스본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뒷좌석을 사수해서 화장실 냄새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버스를 탈 때마다 느껴져서 뜬 눈으로 이동하고 숙소에서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매 시간이 잠으로 흘러가는 것은 서운한 일이니까. 신트라 끝.






  마지막 일정을 남겨두고 오랜만에 글을 정리해본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이야기지만 다시 꺼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의 사진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엊그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고 선명하다. 여행의 매력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제 유럽여행을 51일 앞두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와야지 다짐하고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마주할 그곳들은 어떨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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