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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이야기하기 : 관계

마음노트

by 보미 Mar 03. 2025


심리상담 이야기하기


1) 관계




 심리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담관계'입니다. 이 상담관계라는 것은, 치료동맹 또는 작업동맹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여러분은 많은 상담자들로부터 '상담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렇지만 이런 궁금증이 드셨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관계가 어떻게 중요하다는 거지? 상담자랑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제가 생각할 때, 상담관계가 잘 형성되었다는 것은 

 이 안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상담자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고, 상담자가 제안하는 활동을 함께 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자의 지지적인 반응이 내 마음에 와닿고, 그것을 통해 내가 나 스스로를 지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상담관계가 형성되면, 두렵게 느껴지고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나의 상처나 감정들을 조금씩 꺼내봐도 괜찮겠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심리상담은 이러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입니다.




 내 마음이나 감정을 존중받는 관계를 맺어 본 경험이 많이 없었다면, 처음에는 상담에서도 이런 관계를 맺는 게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상담 안에서 내가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게, 눈물이 나오는 걸 그대로 흘리는 게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내가 힘든 걸 말했을 때 '내가 더 힘들어'라고 막아서는 관계나, '네가 연장자니까, 어른이니까, 자식이니까 .... 참아야지'라고 말하며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관계를 많이 경험했다면 더더욱 이런 관계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요.


 이전에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시는 게 당연해요. 


 그렇지만 상담자와 함께 하며, 이런 관계가 점점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걸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상담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가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실 수 있게 될 거예요.


 상담자는 당신의 경험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할 것이고,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꺼내보는 게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공감적이고 지지적인 반응을 보여줄 거예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 수 있는지 먼저 보여줄 것입니다. 상담을 진행하며 여러분은 그렇게 관계를 맺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질 거예요. 그리고 이 관계가 자연스럽고 익숙해진다면 일상에서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죠.




 상담에서는 관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습니다.

 

 상담을 받다 보면,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지금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 이 관계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를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조율해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게 되죠. 이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관계에서 어떤 것을 바라는지 어떤 것을 힘들어하는지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일상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관계에서 내가 경험하는 것들을 진솔하게 나누지 못하고 멀어지거나 참고 버티곤 합니다. 그래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나누는 게 이 관계에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합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상담은 관계 맺는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상담을 통해 여러분은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경험해 보실 수 있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을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했던 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경험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정서중심치료에서는 Task collaborat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상담이 상담자와 내담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상담자 혼자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과정도 아니고, 내담자 혼자서 해나갈 수 있는 과정도 아니에요. 상담을 경험하신 분들은 상담자들로부터 '상담이란 상담자가 답을 제시해 주는 과정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상담자는 전문가이지만, 내담자에게 조언을 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입장에 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옆에서 함께 걷고 협력하는 자리에 있지요. 저는 그렇기에 상담이 치유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하며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여러분은 그것을 상담자와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상담자가 제시한 작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을 상담자와 함께 나누세요. 어렵게 느껴지는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가 경험하는 것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또 그 자체로 치유적인 작업이 되기도 하지요.


  상담은 관계를 맺는 작업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이 상담자에게 약간의 마음을 내어주신다면, 분명 상담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얻어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상담에서 관계가 이토록 중요하기 때문에, 이 상담자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면 다른 상담자와의 상담을 경험해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담자와의 상담에서 충분히 이 마음을 다룬 후에 말이지요. 


 상담에서는 마무리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종결'이라고 부릅니다.


 소중한 관계를 떠나보내고 이별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정이 든 상담자와의 상담을 마무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떠오르고 이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상담자는 그 마음을 충분히 다룰 수 있도록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상담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함께 나누고, 마무리를 앞둔 아쉬움과 슬픔, 서운함을 함께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상담자는 마지막까지도 진심으로 당신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 축하할 것이고, 당신의 미래를 응원할 것입니다. 



 그러니 상담을 종결할 시기가 왔다면, 꼭 상담자와 종결과 마무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셨으면 좋겠어요. 이별에 대한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 또한, 우리가 상담 관계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자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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