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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Jun 14. 2018

자유로워지려면 자유롭지 않은 일들을 해야만 한다.

자유로워지려면 자유롭지 않게하는 또다른 일들을 해야만 한다. 


공부가 그렇고 특히 연애가 그렇다. 

솔로 생활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연애가 주는 구속과 집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가 영위하고자 하는 바운더리 안에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들만 있지는 않다. 좋은 연애는 솔로 때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경우 누군가를 밖에서 만나게 되면 어딜 가든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카카오 지도로 실시간 정보 위치를 찍어 보낸다.  남들은 굳이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하는데, 나는 이걸 3년째 하고 있다. 

그게 내가 여자 친구를 경외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정도 수고도 안 하면서 이상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제 여자 친구든 나든 서로가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든 의심하지 않는다. 


이 정도 신뢰가 쌓이기까지는 긴 시간 동안의 작은 성의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세심함 없이 무언가가 생길 거라고 착각한다.

불편함과 수고라는 이름의 성의는 또 다른 종류의 자유함을 선사한다.

내가 여자 친구라는 사람을 대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는 남이 보기에는 자칫 너무 구속당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의심을 사지 않는다"라는 자유를 이 관계에 선사한다. 여기서 오는 평안함이 또 상당하다.


꼭 연인 사이가 아니어도 부모님과의 관계도 그렇다. 평소에 잘하면 부모님에게 잔소리 들을 일이 없다.

안부 잘 전하고, 뭐하고 다니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등을 말씀 드리고 다니는데도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신다면 그것 말고 다른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거다. 

어떤 관계든 신뢰가 그냥 쌓이지 않는다. 정말 약간의 성의가 깃들여진 행동을 몇 년 이상 지속하면 믿지 말라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어진다.


내 경우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에게 말한다. 줄 수는 있는데, 나랑 언제든 절연할 수도 있는 걸로 이해하겠다고. 

채무관계가 주는 불편함을 강요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정말 빌려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받을 생각 안 하고 줘버린다. 

이마저도 그 친구가 내게 지속적으로 성의를 보여온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친구 관계에서 생일은 내가 가진 인간관계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메타다. 이날 카톡 하나도 하지 않는 인간은 사실상 친구가 아니다. 

이건 성의도 수고도 아니다. 사람 관계에서 해줘야 할 정말 기본중의 기본이다.

친구관계에서도 자유로우려면, 필요할때 연락을 해줘야 한다는 구속을 스스로 당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유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바람직한 자유는 아무것도 안 하거나 소속된 모든 곳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다. 

합리적인 자유는 서로가 해야할 약간의 불편함과 수고를 배려로서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더 안정적인 체계 안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방종과 같은 스스로의 배타적 자유함을 제한해야 한다. 

그게 가능할 때 집착, 의심, 거짓말 같이 당신을 괴롭게 하는 1차원적 사슬들이 서로에게서 벗겨지기 시작한다. 




@_WILD_RIDE  인스타그램 계정입니다. 가끔 헛소리 하고 있으니 와서 같이 헛소리 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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