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 우리는 영혼의 믹서기가 되어 영혼의 주스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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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래야 누군가가 그걸 거리낌 없이, 문제없이 마실 수 있다.
그게 음악이 되었든 옷이 되었든 서비스의 종류는 상관없다. 영혼을 갈아 넣지 않은 주스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나는 교회를 30년 넘게 다녔지만 기도를 많이 하지 않으신 것 같고, 대충 준비해서 하시는 것 같은 설교를 들었을 때 내 영혼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아 너무 성의 없으신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걸 알기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전시회도 자주 보러 다니는데, 어쩌다가 지극히 상업적인 전시회를 보게 될 때도 있다. 전체적으로 구성도 엉망이고 작품 간의 개연성도 떨어지며 어디 동내 카페에서 볼법한 감성팔이 조명 나부랭이들로 범벅해놓은 전시회를 몇만 원씩 내고서 보고 나오면 욕이 한 바가지 나온다.
티켓이나 팔아주는 호구로 본거지. 그게 아니고서야 그따위로 해놓는 게 가당키나 한가.
요즘 맛집들도 문제다. 어디 페북에서 돈 주고 홍보는 그럴싸하게 해놓고 실제 가보면 쓰레기 탐방체험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삼겹살집과 갈빗집 두 번을 대실 패하고 나서는 페북 맛집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결국 이것도 음식 자체로 승부하지 않고 홍보 빨로 해보려는 심산이 만들어낸 똥덩어리에 불과하다.
이 또한 음식에는 영혼이 갈려 들어가 있지 않았었다. 아 성수동과 상수에 있는 누메로 우노와 누메로 도스에는 영혼이 꽤나 느껴지는 맛이니 추천한다.
각설하고, 당신이 수많은 맛집을 다녀봐도 사람이 줄 서서 먹는 곳은 대체로 맛이 있을 수 없다.
정확히는 원래 레시피대로 만들어내던 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는 힘들다. 돈을 벌기 위해 다량으로 찍어내는 음식에는 영혼이 갈려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기계가 만드나 사람이 만드나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사람 간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영혼이 아니라 영혼의 흔적까지 안 남도록 갈아 넣으며 대화한다. 그래서 집 오면 녹초가 된다.
그냥 듣지 않는다. 상대방의 눈빛, 그 내용을 전달할 때 격앙된 정도, 어휘의 절제 같은 모든 것을 감안하며 경청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리액션을 선사한다. 그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그 사람이 감정을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다.
영혼을 갈아 넣지 않으면 세상 쉬운 게 사는 일이고, 갈아 넣으면 세상 어려운 게 사는 일이다.
근데 쉬우면 사는 게 아니고, 쉽지 않으면 잘살고 있는 게 맞다.
그러니 모든일에 영혼을 갈아 넣어서 목적을 달성해라. 가루 한톨도 남기지 않을 만큼 깡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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