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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Nov 20. 2018

돈은 짱 좋지만 욕심은 짱 좋지 아니하다.

갖고 싶은 게 많은 것의 문제는, 못 가졌을 때 허탈함이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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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은 좋다. 이루고 싶은 것이 많으니 도전하는 것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질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은 문제가 있다. 매주, 매달마다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그것을 모두 소비할 경제적 여건은 쉽게 허락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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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라. 얼마나 수많은 맛집과 쇼핑몰들이 즐비한가. 인스타에만 들어와도 온갖 신상을 자랑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예쁜 언니들은 모두 블로그 마켓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5만 원짜리 옷을 팔아 5백짜리 샤넬백을 메고 다닌다. 오호통재로다.

당신이 마주하는 모든 채널에서 "날 가져야만 해"라고 외쳐댄다. 당연히 유혹을 당할 운명이고, 지름신이 강림하는 것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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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당신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5백짜리 샤넬 신상을 가지면 4천짜리 에르메스 버킨백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네시스를 사면 포르셰 쿠페가 눈에 보인다. 스포티지를 사면 레인지로버가 갖고 싶어 진다. 레인지로버를 사면 벤틀리 suv 모델이 보인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가지면 행복하고, 못 가지면 불행해한다. 이 메커니즘을 이해 못하면 스스로를 불행에 빠트리는 사이클로 자진해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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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놓은 게 있다. 신발은 구매가가 20만 원 이상 되는 것들은 눈독 들이지 않는다. 

진짜 너무 이뻐서 영혼을 팔고 싶더라도 아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갖고 싶지만 난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들이 내 삶에 명확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준의 문제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분리해두지 않으면 가져서는 안 되는 것도 갖게 된다. 

그래서 강남 언냐들이 자꾸 무이자 할부로 신상백을 결제한 뒤 카드값 나가는 날 탈탈 털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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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가져야 한다. 그 적당히 라는 건 자기가 정해놓은 기준을 말한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서 합리적인 소비라 할만한 선이 존재해야 한다. 적당히 갖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적당히 갖는 것 조차도 불행하다 생각하게 된다. 

연봉이 1억이면 당신이 샤넬을 사든 구찌를 사든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연봉 3천도 안 되는 뚜벅이가 수백을 호가하는 명품을 도배하고 다니면 글쎄, 일단 되게 병신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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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이런 글을 쓰다 보면 결국 겸손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면 어떤 소비를 해야 하는지가 정해진다. 아르바이트비로 기껏 100도 못 벌면서 한번 술자리에 몇십 만원씩 쓰는 대학생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 싶을 때가 많다.

사실 얼마를 버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를 쓰냐의 문제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쓰는 것 이전에 욕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자만의 문제다.

이 모든 것들은 겸손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난 졷도 아니다 라는 전제는 내가 뭔가를 소비하는데 졷도 부담을 준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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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욕구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구멍 뚫린 커다란 드럼통을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는 아무리 부어봐야 채워짐이 생길 수 없다. 

혹은 그보다 작지만 구멍은 없는 적당한 크기의 대야를 갖고 그것을 채우며 만족할지를 결정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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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가지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도로 만족할 것이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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