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전히 제일 거지 같다고 생각되는 게 꼰대 문화다. 알다시피 외국은 존댓말의 개념이 대부분 없다.
음색의 높낮이로 좀 더 정중히 말하는 것일 뿐, 어른이라고 무조건 더 높고 어린아이라고 무조건 낮다는 관념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예의에 대한 기준이 철저히 어른들에게만 포커싱 되어 있지는 않다.
태도와 중심이 예의 바르면 그것 나름대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한국에 비해 자연스럽게 깔려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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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분이 더러웠던 게 그거였다. 모자를 쓰면 예의가 없다는.
난 조금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체 모자와 예의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난 머리가 직모여서 정리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정리가 도저히 쉽게 안되면 모자를 쓰고 교회든 직장을 간다. 엉망으로 풀어헤친 것보다는 깔끔하니까.
그런데도 내가 모자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가벼워 보인다거나 진중해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인간들을 꽤나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럼 힙합 공연에서 스냅백을 쓴 레퍼들은 전부다 관객에게 예의가 없는 것인가?
티브이에서 연예인들이 선글라스 쓰고 나온 것도 예의가 없는 것이고?
본인이 본인답게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고 편안한 모습으로 진중하게 무언가를 수행할 수 있는 착장은 사람마다 다르다. 명확하게 꼭 이래야만 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다.
물론 장례식장에 총천연색의 옷을 입고 가거나, 결혼식 당일날 운동복 바지에 실내화를 질질 끌고 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정도 보편적인 관념을 배려해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아직도 기억나는 게 어떤 남자분이 결혼식장에 챙이 큰 페도라를 쓰고 나타났다. 흔하지 않은 룩이어서 아직도 기억하는데, 조금도 예의 없어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열린 마음이 있다면 예의와 존중은 겨우 모자를 쓰냐 마냐 따위로 분별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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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모자를 예를 들었을 뿐, 결국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중심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선악을 판별한다. 자기 입맛에 맞으면 선이고 아니면 악이라고 분류한다.
교회로 치면 겉은 아주 젠틀하게 꾸며서 와놓고 예배당에 앉아 온갖 인간적인 생각만 하는 게 더 예의 없고 더러운 거다. 한 번은 턱수염을 기른 채 소개팅에 갔다가 별로 좋지 못한 소리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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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내 턱수염이 당신에 대한 존중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냥 멋대가리가 없다는 생각 만들었다. 내가 조거 팬츠를 입고 다니든, 모자를 쓰든, 운동화를 즐겨신든, 직장인이 반바지에 흰 티를 입고 출근을 하든, 학생들이 겨울에 롱 패딩을 입고 등교를 하든 그게 도대체
"무엇 무엇~ 다운"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거다.
결국 중요한 건 태도이고 진솔함이다. 혹은 성실함이다.
이런 내면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준들은 꼰대스럽고 재수가 없다. 그냥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선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내가 불편해야만 당신이 존중감을 느낄수 있다면 그냥 당신은 존중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나의 불편함을 요구하는 당신들이 먼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왜 존중해줘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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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런 하잘것없는 기준으로 당신을 거르는 사람은, 당신도 과감히 믿고 걸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