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짜를 파는 놈과, 사는 놈

by 터뷸런스

가짜는 만든 사람이 더 나쁠까, 사는 사람이 더 나쁠까?

-

정답은 사는 사람이다. 모든 공급은 수요가 있을 때만 발생되기 때문이다.

물론 공급이 과도하게 많으면 판가가 떨어지므로 수요에 대한 의지가 없던 사람마저 사는 경우가 생기긴 하지만 , 애초에 그 사람도 가짜를 살 수 있는 예비 수요자에 불과하므로 실드를 쳐줄 거리가 될 수는 없다.

-

요즘 제니 가디건이 인기랜다. 샤넬 신상으로 제니가 입고 나와서 붐이 되었나 본데, 인스타 언니들이 동대문에서 미친 듯이 떼와 당당하게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브랜드 카피품을 떼다가 떼돈을 버는 언니들을 욕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욕은 사는 사람들이 먹어야 지당하다.

가짜라도 예쁘면 장땡이다라는 심보는 디자인 후진국을 향한 큰 발판을 깔고 있는 셈이라서 다.

-

예전에는 나 역시 카피 논란이 일면 판매자를 삿대질하곤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없다 싶다.

만약 내가 소매업자이고, 엄청 저렴한 가격에 카피품을 왕창 떼다가 몇억 이상 크게 털어먹을 수 있다면 과연 유혹이 안 되겠냐 라는 질문에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라곤 답을 못할 것 같아서다.

-

카피는 거의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가수의 앨범 재킷부터 작게는 커피 컵 디자인까지.

혹은 요즘 잘 나가는 감성 넘치는 카페의 실내 디자인마저 훔쳐 시공한 것도 봤다. 기가 막히더라 ㅋㅋ

실상 이 나라는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가 먹고 살기 참으로 박복한 나라이다. X 빠지게 창작해봐야 누군가 한 다리 슬쩍 올려서 털어먹어도 큰 제재를 받지 않으니까.

생각해보면 한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할만한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중견기업 이상 회사들도 잘 나가는 기성품을 베껴오는데 치중하는데, 개개인들의 창작물들이 인정받을 리가 있겠는가. 뭐 생각나는 게 MCM정도인데, 이것도 사실 해외 꺼 돈 주고 사 온 거다.

-

인스타 친구에도 옷 만들어 파는 사장님들이 계시지만, 꾸준히 하고 계심에 큰 갈채를 보낸다.

재봉 한줄, 단추 하나도 심혈을 기울여 선택해 고생 고생해서 만들어봐야 소비자들은 세일 안 하면 안 사주지만, (게다가 그렇게 만들어도 잘 모름)

가품은 공장에서 대강 수천수만 개씩 찍어낸 물건 그대로 떼다 팔아도 꽤 많은 수익을 보게 하는 구조가 정상은 아니라는 것을 당신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거라 본다.

-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이 나라는 후진국이 분명하다고 본다. 한나라의 수준은 가장 약한 계층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우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가짜도 예쁘면 사주는 뇌 없는 일부 소비자들이나 기업과 싸워 절대 이길 수 없는 소규모 개인 사업자들은 오늘도 서로 뜯어먹도록 허락된 작은 욕조속에서 피 말리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이건 사업자뿐만 아니라,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정말 나하나 좋자고 다 같이 죽자- 로 밖에 안돼 보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사하냐, 안감 사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