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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취향은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by 터뷸런스

애매한 취향은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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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준으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음식은 비싼데 애매하게 맛있는 음식이다.

비싸면 엄청나게 맛있어야 정상이다.


주변에 싸고 맛있는 음식도 널렸는데 누가 비싼 돈 주고 애매하게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하겠는가.

그런데 가만 보면 비싸도 적당히 타협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내가 비싼 음식을 먹는 사실에 대해 타인이 알아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비싼데라 먹을만하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버린다.

여기서 스스로의 괴리는, 내가 낸 지출에 부합하지 않는 재화도 용인하게 되는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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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다.

시간 약속을 거지같이 지키는 사람이 있어도 다른 점이 좋다고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분명 그것 때문에 울화통 생기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 여기서 사람들은 시간 약속을 안 지킨 놈이 문제라고 보는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가 시간 약속에 대한 감이 영 떨어지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면서도 관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도 감수하겠다는 것과 같은 태도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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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연인들은 상대의 바뀔 거라 생각했던 부분이 바뀌지 않아 헤어진다.

남자가 정말 괜찮은데 흡연이 너무 심한 경우가 많다. 여자는 "그래도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부분이겠지"

라 생각하고 연애를 시작하고 끊임없이 금연을 강요한다.

'오빠 나 만나려면 그 정도도 못해?'

그 결과는 대부분 몰래 피다 걸리는 일의 반복과, 다른 실망한 점들이 시너지를 이루어 이별을 가져오곤 한다.

이런 경우 난 정말 수도 없이 봤다.


이일을 처음으로 돌려서 보자면 여자 쪽에서 처음부터 흡연하는 남자와는 사귀지 않겠어- 라는 필터를 돌려야 했다.

확고한 취향이 아니면, 싫은 점이 있어도 좋은 점 때문에 일단 만나보자 라는 결정을 한다.

그 관계의 문제는 흡연을 한 남자가 아니라, 금연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한 여자의 문제에 가깝다.

금연은 사실상 평생 해야 하는 부분이다. 갑자기 뚝하고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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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내포했던 대상에 대해 포커싱을 하곤 한다. 다만 선인지가 가능한 부분이라면

결정을 하는 본인의 선택에 의해 생긴 결과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상대의 문제가 내 문제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취향은 되려 내 뒤통수를 친다.


비싼 돈 주고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뜨릴 거라면 애매하게 맛있는 음식은 얼마가 됐던 사 먹지 말던지,

담배를 피우는 남자가 싫으면 아무리 좋은 점이 많더라도 처음부터 만나지를 말면 되는 일이다.


괜히 여러 곳에 다리 걸친 애매한 취향으로 남을 괴롭히는 캐릭터가 되어가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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