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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을 거절하라.

by 터뷸런스

몇 달 전부터 망설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을 망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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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우유부단한 점도 있고 어떤 결정을 하기까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주제는 내게 특별했다. 망설여서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가 도출된 적이 많기도 해서다.


웃음이 나왔다. 망설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는 게 망설여지다니.

마치 사랑해본 적 없는 사람이 사랑에 대한 글을 쓰려는 것과 비슷했다.

결국 망설임은 시간만 더 지체시킨다. 막말로 내가 이걸로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망설여서 무엇하나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


인생에 가장 큰 망설임 중 하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는 일이었다.

내 경우 자연스럽게 알다가 연애까지 간 경우는 한 번밖에 없었다.

그만큼 거의 항상 망설였다.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 때문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망설임의 가장 큰 원인은 두려움이었다.

생각처럼 잘 안 됐을 때 결과에서 도출되는 내가 받을 상처, 자존감의 하락 같은 일들에서 느껴질 감정들이 두려웠던 거다.

그런데 사실 그 결과에서 받을 피드백은 상처와 자존감의 하락이 아니라, 내게 무엇이 부족하고 개선되어야 할지에 대한 포인트의 확인이다.


그래서 망설임은 나 자신의 필요한 환골탈태를 지연시키고, 더 많은 기회의 장으로 활동영역을 확장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

내가 아는 나에서 쳇바퀴가 돌게 되는 건데, 저주도 이런 저주가 따로 없다.


망설이느라 뉴욕 혼자 살기를 세 달간 경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때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망설이다가 경력과 무관한 회사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에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또, 망설이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내 와이프에게 만나보자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괜찮은 결과들은 망설이지 않았을 때 수확할 수 있었다.

물론 사업이라던지, 누군가와의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서는 조심스럽기에 망설임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잘되든 잘되지 않든 간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건 망설임을 끝내고 첫발을 내디딘 뒤에 겪는 내 감정의 변화와 생각하는 폭의 확장일 뿐이다.


망설임은 승패에서 자진하여 패를 택하게 만든다.

그래서 필요한 건 승으로 가기 위한 패를 스스로 택할 수 있는 힘이다. 패가 쌓이면 거기서의 배움들이 승으로 가까워지는 길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학점도 최악이었고 연애는 고자였으며 친구관계 마저 개판인 나조차도 망설임을 조금만 벗어나니, 너무나 감사할만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긴가민가면 민가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정정한다.

긴가민가하면 일단 질러보고 아니면 "민가였구나" 하고 다른 길을 가라.

망설임이 건네 오는 손을 냉정하게 뿌리쳐야만 언젠가 당신이 조우할 "긴가"를 만날 시간이 조금 더 빨리 도래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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