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게임중독에 관한 mbc 토론을 새벽 한 시 반까지 봤다.
결론적으로는 대도서관은 참 맘에 들고, 내가 생각하는 바와 거의 일치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상대편 논객 여자분은 굉장히 편협한 주장을 펼치더라.
정확히 말하면 게임에 중독될 사람은 다른 콘텐츠에 노출되어도 중독이 될 상태라는 거지,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곤 보기 어렵다는 거다.
도둑이 칼과 망치로 집을 털었다고 해서 칼과 망치에 죄가 있는 게 아니다.
게임중독이 문제라고 하는 건 이런 전후가 뒤바뀐 논점의 오류다.
어떤 놀이거리를 즐기지 못하고 중독이 되는 건 개인의 심적 상태와 직결된 문제라고 봐야 한다.
될만하니까 되는 거다.
당연히 건강한 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은 스스로 조절할만한 자정능력이 있어서 빠져들다가도 어느 시점이 되면 나오기 마련이다.
다만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아이들에게 게임 외에 즐길만한 어떠한 콘텐츠나 인프라들이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탈출구로 삼을만한 게임 자체에 제동을 건다?
이 상황이 되도록 방조한 어른들의 잘못이지, 죄 없는 게이머를 탓할게 아니라는 거다.
나 역시 게임에 깊게 심취했었고, 게임대회 나가서 우승했던 전적도 있었지만 사실 지금 되돌아보면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게임 외에 즐기거나 성취감을 느낄만한 어떠한 수단도 없었던 게 문제였다.
-
방송 뒤에 많은 학부모들이 대도서관의 SNS 계정에 몰려가 욕을 한단다.
참 기가 막힌 노릇이다.
아이들이 왜 게임중독에 빠졌는지 원인도, 이유도 모른 체 일단 보이니 하지 말라는 강요와 화만 내는 부모 밑에서 크면 아이들이 무언가에 중독되는 건 당연한 거다.
모든 현상은 발현되기까지 명료한 이유와 원인이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아무런 즐길거리의 선택지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면서 당장 맘에 안 든다고 게임 탓을 하는 건 글쎄, 너무 무지한 게 아닌가 싶다.
게임중독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의 상황과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