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과 대화.

by 터뷸런스

강하면 솔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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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감추는 행위 자체가 좀 더 안전하다고 느껴서다.


연인 간에 가장 큰 싸움은 묵혀둔 감정들이 터질 때다. 감정들은 마치 성난 해일이나 파도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를 휩싸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공교로움을 회피하고자 그냥 참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싸워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말은 말을 낳는다. 끝없이 대화하다 보면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는다.

서로의 감정만 너덜너덜 해진 체 대화는 종료된다.


어떤 이슈라도 평소에 대화를 나누던 이슈라면 서로의 감정이 부서질 때까지 싸움을 하게 되진 않는다.

대개 쌓아둔 감정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강하다는 건 성격이 드세거나 말을 잘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잘못한 건 바로 인정하며 사과해야 할 것도 바로 사과할 수 있는 게 강한 거다.

그걸 못하면 자꾸 쌓아두거나 마음에 없는 말을 한다. 섭섭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해버린다. 사실은 섭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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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사에 느끼는 모든 감정과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즉발적으로 이야기하라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켜보고 기다리다가 느끼는 감정들을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편이 더 좋다.


다만 이야기해야 할 때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 것. 이 말을 함으로 이번 주에 둘이 1박 2일 놀러 가자 했던 여행이 취소될 것 같더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그런 것들이 강한 거고 솔직한 태도라 볼 수 있다.


말을 해야 오해를 하지 않고 들어줘야 이해를 할 수 있다.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오해를 안 할 것이며 들어주지 않는데 어떻게 이해가 되겠는가.

그래서 소통은 중요하다. 인스타에서 좋아요 여기저기 누르는 정도의 가벼운 소통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서 해야만 하는 어렵거나 무거운 말들을 전달하려는 의지. 그게 진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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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잘 만들어진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 백 마디 말도 관계성이 없으면 허공에 비산 된다. 잘 만들어진 관계에서는 진심을 담아 말을 한마디만 해도 상대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말보다 중요한 건 대화를 하려는 상대와의 관계성이다.


관계성은 그냥 대강 술 몇 번 사주고 커피 몇 번 먹는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상대의 부족함과 나약함도 품어주고, 나 자신의 부족함도 오픈하고 인정할 수 있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강하면 배려하고 양보할 수 있으며,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다. 싸울 때 목청이 크거나 성격이 드센 건 강한 게 아니라 너무나 심약한 거다. 모든 싸움의 언어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말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 이 싸움을 통해 확인해야 할 서로 간의 심적 상태. 그리고 서로 양보해야만 함께할 수 있다는 결과론적 예지까지.


강함은 이 모든 것들을 넓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이고, 솔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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