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끊지 마세요.

by 터뷸런스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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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대화해보면 중간에 말 끊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더 중요해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건 본인은 잘 모른다.

특히 한국사람들 에게서 주로 보이는 현상인데, 항상 들어야 하는 포지션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외국 친구들은 학교에서 토론문화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접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그 내용에 대해 정확히 반박하거나 명확한 의견 개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사람들은 토론문화를 학습하지 못하고 늘 긴 정보를 들으며 암기하는 것만 익혀왔다.

그래서 굳이 끝까지 듣지 않고 작은 정보로도 결론을 도출시키거나 유추해보는 게 습관이 되어있다.

"아 그럼 이런 이야기하겠지" 정도의 태도가 누구에게나 있으며, 마치 퀴즈 풀이처럼 알 것 같으면

상대의 말을 자르고 자신의 말을 하더라는 거다.


마치 수능시험처럼 제한시간이 정해져 있고, 한정된 정보로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는 미션을 깨려 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같은 상황과 같은 환경에서도 완전히 다른 것을 느끼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상대의 말을 중간에 자른다는 뜻은

"너의 입장보다 내가 아는 것을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해"의 동의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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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까지 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성이라는 건, 나를 받아들여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회사에서 회식자리가 있으면 술을 좀 못 마시더라도 1차라도 가라고 권유한다.

이유는, 네가 술을 먹느냐 안 먹느냐를 보는 게 아니라 상사는 네가 이 회사의 문화를 받아들이냐 아니냐를 보기 때문이다. 가서 사이다라도 마시고 오라는 거다. 그것조차 싫으면 앉아만 이라도 있다가 와도 좋다.


회식자리를 1차라도 참여하는 것과,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모두 "당신이 나를 받아들인다"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잘 생각해 보라. 말을 끊는 사람에게 신뢰가 쌓이던가? 호감이 마구 증폭되던가?

결국 사회성이라는 건 틀리든 다르든 얼마나 상대가 나를 수용하고 인정해주느냐의 이슈다. 반박을 하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아주 당연한 부분이라는 거다.

그게 안돼서 오해가 생기는 거고 의견 불일치로 갈라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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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은 상대가 말할 때 끝까지 들어주는지 한번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닌데"라고 말하더라.

그게 당신일 수도 있다. 내 얼굴의 정확한 모습은 거울을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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