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다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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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돈이 많거나 직장이 훌륭한 사람 혹은 인맥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지금은 내 와이프가 가장 부럽다. 그녀는 필요하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옛날에 되게 기분 나빴던 건 그거였다.
내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들어보지 않고 자기 입장만 결정짓고 감정을 틀어버린 그.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조금도 되돌아보지 못하고 사과도 하지 않던 그.
사람 사이란 게 퍼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과실 비율이 쏠려서 나눠지기도 하지만, 억울한 상황이 생길 때도 분명히 있다.
다만 나이가 많아서, 남자라서, 그냥 참고 말하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근데 나이를 조금 먹어보니 서운한 점이든 사과든 먼저 말할 수 있는 건 굉장한 거더라.
가진걸 다 잃을 각오가 돼있거나 혹은 잃어도 상관없다는 여유를 가진 사람만이 가능한 거였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건 마음의 여유였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그래서 나는 만난 지 1주일 만에 결혼을 다짐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결혼생활이 4개월에 접어들지만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쓸모없는 감정 소모로 관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행위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이란 게 그래도 악감정을 조금이라도 쌓아둘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더라.
서운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하고 그 자리에서 다 털어냈다. 뒤끝도 없고 의심도 하지 않았다.
쭉 지켜보니 그건 자기가 가진 진심과 나에 대한 확신이었다.
하나님을 너무나 사랑하고, 가진 사랑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들을 능숙하게 할 줄 아는 거였다.
하소연이든 사랑의 말이든 너무나 달콤하게 들려온 이유는 항상 내편에 서서 말했기 때문이다.
나를 책하는 반대의 말은 내편에 서서 할 수도 있고 반대에 서서 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항상 내편에 서있었다.
어디에 서서 이야기하느냐를 아는 건 굉장한 능력이다.
내가 경험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걸 몰랐기에.
결혼의 궁극은 조화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화를 위해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 같은 건 어디에도 두지 않았다.
항상 긍정의 말을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들어본 사랑고백보다 지난 3개월간 들은 사랑의 말이 더 많았다.
사람은 결국 배울만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퇴보한다.
내일 더 나은 관계가 될 거라는 확신은 통장에 쌓아둔 몇천의 돈과도 비교할 수 없도록 좋다.
굳이 해외여행을 안 가도 되고 당장 내일부터 삼각김밥만 먹으며 살아도 상관없다. 집도 대충 월세로 반지하에 살게 되더라도 웃을 수 있다.
내가 내 반쪽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 가졌고, 그녀는 내 거다. 그래서 나도 다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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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어제쓰지못한생일편지#사랑합니다#손으로써서도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