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조금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by 터뷸런스

한 청년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은 어두컴컴한 외진 곳이었고 시내까진 꽤나 먼 거리를 걸어야 했다.

그러다 뒤편에서 누군가의 차 한 대가 오다가, 청년의 모습을 보고 멈춰 서서 타고 가라 했지만 청년은 괜찮다며 혼자 그 길을 걸었다.

몇 시간 뒤 시내 길가에서 차를 몰던 주인과 청년이 우연히 만나게 됐고, 반가움에 인사를 건넨 청년은 말했다.

"사실 그 길은 너무 괴로운 길이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었는데.. 누구도 저를 도와주지 않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래서 집을 나와 무작정 걸었습니다."


"그때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께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별것 아닌데 그렇게 감사하고 힘이 되더군요.

좀 더 걸으며 생각해보니 지금의 제 상황을 반전하는 데는 어떤 큰 계기가 필요한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저 잠시라도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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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한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경쟁사회를 채 10살도 안되었을 때부터 경험해 왔고 항상 누군가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이리저리 주입당하며 살아왔다.

게다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가 가진 속도를, 내가 가진 색을 남과 비교당하며 살아간다.


1등은 빨간색이니 주황색도 안되고, 파란색도 안돼며, 노란색은 더더욱 안된다는 식의 이야기들.

큰 나무만 정상이고 그보다 작은 나무는 다 실패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그런데도 미치지 않고 버텨온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여기는 보통 나라가 아니니까.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내가 했던 그 많은 성공은 잊고 좌절과 실패들은 지나치게 각인시킨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문신처럼.


여기가 지옥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도 이해가 된다.

다만 그 지옥이라 말하는 곳을 지금까지 버텨온 당신은 더 대단한 것 아닐까.


호주에서는 고용주가 고용자에게 고마워한다. 당신 때문에 내 사업이 잘될 수 있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그래서 고용자가 휴가를 쓰는 것이 자유롭다고 한다. 오히려 고용주가 고용자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이게 정상이다.


당신이 회사의 눈치를 보는 게 비정상이고, 야근을 시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며,

그럼에도 나오지 않는 실적을 당신의 책임으로만 물리는 것도 비정상이다.

우리는 정상이지 않은 사회를 정상인 양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아니면 아니라고,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되는 것을 그렇지 않게끔 강요받으며 살아왔는데 이게 대단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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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현실을 도피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적응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이니까.


다만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자 아들이며,

세상 누구보다 가장 존귀하고

당신과 같은 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존재다.


이미 지금껏 충분히 잘해왔으니, 더 잘하려 안 해도 된다.

하던 대로 한다 하더라도 조금 힘들면 쉬어갔으면 좋겠다.


그 학위를 따는 것, 그 회사에 취직하는 것, 그 점수를 얻는 것, 그 대학에 가는 것.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진 않으니까. 쉬어가자. 당신이 마음과 육체의 건강을 잃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부모님이 과연 좋아하시겠나.


당신의 몸과 마음이 온전하게 되는 것은 지금 목표로 하는 그 모든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깜깜한 길을 걷던 청년의 그 길이 작은 깨달음으로도 감사의 길이 될 수 있었던 건 뭔가 대단한 계기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작은 감사의 회복과 되돌아보는 시간들은 당신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해왔으니, 더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힘들면 하던 것들을 그냥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당신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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