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게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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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맡아 봉사하기를 10년이 넘었다. 군대에서 주말 군종병까지 했으니 그것도 포함하면 무려 13년이 넘었지만 가서 하는 말은 거의 비슷하다.
지혜가 필요하면 물어보라- 라는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100명을 만나면 그중 대화를 요청하는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하다.
본인의 상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닌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어색해서다.
최근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벼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병을 앓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는 설문 조사가 나왔다.
그만큼 자신의 내적인 부분을 누군가에게 오픈하는 것에 부끄러워한다는 이야기다.
회사에서도 일해보면 가장 답답한 경우가 그렇다.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되는데 그냥 있는다.
자존심을 접고 물어보면, 알려주는데 1분도 채 안 걸리지만 혼자서 안되는걸 몇 시간씩 붙잡고 있는 걸 보면 복장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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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간 가장 삶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그 계기에 새로 단장한 깨끗한 집이나 탄탄해진 인간관계 같은 것들이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함에서 비롯된 안정감이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것 중 도움이 필요한 것들을 분류하고 책이나 스승님께 여쭤보기 시작했다.
답을 얻은 것도 있고 못 얻은 것도 있다. 다만 중요한 건 그 과정 자체가 내 알량한 자존심을 접게 만들어줬고 조금 더 낮은 자세로 만들게끔 했다는 거다.
마치 물 위에서 서핑을 하며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 자세를 낮추듯, 마음의 자세를 한껏 낮추자 거기서 생각지 못한 안정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혜를 얻는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전혀 알 수 없다.
반면 지혜를 구하는 사람은 배울수록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여실히 알게 된다.
지금껏 글을 쓰면서 내 글에 만족해본 적이 거의 없다. 아직도 한참은 멀었다 생각하기에 쓰는 일만 10년을 채울 생각이다.
중요한 건 이런 태도가 나를 6년 가까이 글을 쓰게 만들었고, 초기와 지금의 실력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삶은 어떤 가치를 확정하고 지속적으로 추구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게 없는 삶은 먹고 마시고 자는데 충실한 동물과 별 차이가 없는 삶을 살게 되어있다.
나는 내가 가진 역량을 백 프로는 아니더라도 80프로 이상은 다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 나 스스로의 정진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지혜를 주변의 현명한 사람들에게 구하는 낮은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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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삶을 뒤돌아봐도 그렇지만 내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였다. 지식은 쌓여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지만, 마음에 기록된 지혜는 언제든 열어 쓸 수 있더라.
내게도 누군가가 지혜를 구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열심히 지혜를 구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