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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Apr 27. 2020

일단 나부터.

사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딱 두 가지다.

들을 수 있는 귀와,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실패를 반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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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피시방을 다녔는데, 거기 사장님은 돈 몇 푼에 아등바등하셨다.

피시방 죽돌이였던 고정 손님들은 컴퓨터 부품 업그레이드나 인테리어 같은 서비스 설비에 투자를 좀 하면 분명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할 수 있을 거라 충고했지만, 사장은 듣는 척만 했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주변에 최신식 컴퓨터와 더 좋은 설비를 앞세운 신장개업한 피시방들에 눌려 폐업을 하게 되고 말았다.

분명 그 사장님께는 위기를 극복할 기회가 주어졌었다. 왜냐면 그 죽돌이 손님들은 'VIP'인 진성 고객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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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경우에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라도 존재했었기 때문에 양호한 케이스다. 결국 가장 문제는 듣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재밌는 사실은 회사나 친구 관계에서 누군가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어려움에 휩싸여 사는 사람들은 잘 들어보면 고민의 종류가 늘 비슷하다.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들다거나 거슬린다던가 그런 이유들인데 결국 불편함을 느끼는 주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 한 명쯤은 솔직한 이야기를 해준다. 너는 이 부분을 고쳐야만 한다고. 

그런데도 외면하고 듣지 않다 보면 그 사람은 떠나가도, 그 문제는 다시금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화장을 하고 보는 거울은 아무렇지 않지만 쌩얼로 보는 거울은 마음이 착잡해진다. 다만 거울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내 쌩얼이 변하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외면했을 뿐, 현실은 그대로 존재한다.


제삼자의 피드백이나 조언을 완전히 배제한 채 살다 보면 항상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뿐이다.

만약 누군가 한 명이라도 솔직하게 불편함을 털어놓는다면 그때 귀를 쫑긋이 세우고 경청해야 한다. 그 말에는 조금도 포장되지 않는 노골적인 '내가' 담겨있다.


그래서 진흙탕을 걸어가다가 더러워진 나를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새 옷을 사는 게 아니라, 먼저 더러워진 옷을 벗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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