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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Sep 09. 2017

나는 당신이 고장 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는 당신이 고장 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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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다들 완벽하니까, 내가 조금 힘들고 모자라 보이는 게 마치 죄스러운 것 마냥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남들은 별 군소리 없이 잘하던데, 나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라고 느낄 때는 어디 무인도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과 쓸쓸함 속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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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쇼핑도 해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못 먹는 술도 먹어봤지만 기대한 만큼 마음의 위로가

되지는 않았던 순간, 그를 만났었다.

그는 내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말했다. "힘든데 뭐, 문제 있어?"

:

정말 별 의미 없이 한말인 것 같은데 그게 참 강렬하게 들렸다. 힘든 게 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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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힘들지 않은 순간 따위는 없었다. 마치 매일 맞이해야 하는 출근 준비의 아침처럼 늘 그렇게 찾아왔는데 그게 참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힘든 순간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들에는 익숙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기계도 고장이 나는데, 나는 왜 내가 고장 난 것을 문제라고 생각했을까.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하면 그만인 것을. 누구도 고장이 났다고 해서 값비싼 기계를 버리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깟 기계와 비교도 할 수 없는데, 자꾸 나를 버리려고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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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게 "나 고장 났었어, 그런데, 잘 수리했어!" 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고장이 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의미이고,

그것을 잘 수리했다는 것은 스스로를 많이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스스로의 나약함도 자신의 일부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군가의 부족함도 사랑 할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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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잘 만들어져 있는 사람은 지금 만나기 좋은 사람이고,

나의 괜찮은 점을 잘 캐치해주는 사람은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며,

나의 고장 난 부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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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고장날수 있어야만 좋습니다. 그럴 수 있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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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wild_official#go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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