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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Sep 18. 2017

야 내가 힘들어 보이냐?

"사람들은 내가 넘어지는 순간에 되지도 않는 값싼 동정표를 날린다."

시발 별로 걱정되지도 않으면서 오버하기는. 내가 지금은 그렇게 아프다고 징징대더라도

난 내일이면 또 멀쩡히 출근해서 일할수 있다. 

똑같은 자리에서 시발 거리며 그래도 할 일 다 하겠지. 

그리고 또 집으로 돌아와 맥주 한잔에 티브이를 보고 비실거리며 웃다 별생각 없이 잠이 드는 일상에 젖어들 거야.

아, 그 사람의 피드는 또 제주도더라. 나는 당장 어디 근교 갈 여유도 없는데.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여행 이후로 제주도에 가본 적도 없어. 카페 음료가 만 2천 원이라고? 와. 굉장하다 난 미용실에 쓰는 만원도 아까워서 집에서 혼자 머리를 미는데. 

우연히 티브이를 틀었는데 효리네 민박 참 재밌더라. 경치도 너무 멋있고.

근데 나는 못가.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딱히 없거든.

그래도 괜찮아.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뭐 설마 평생 못 가기야 하겠어.

그냥.. 너무 가고 싶으면 1화부터 다시 한 번 더 돌려보지 뭐. 

근데 내가 바라는 건 이따위로 살고 있더라도 제발 불쌍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나는 내가 불쌍하지 않으니까. 

씁쓸하지만 이런 내 삶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가고 싶어도 다른 것을 생각하며 참다가 못 가게 하는 나 자신이 꽤 멋나다고 생각해.

내가 진정 바라는 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가식적인 웃음이 절여진 불편한 식사가 아니라, 후줄근한 포장마차에서 취한 척하며 전해오는 편안한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진심 인척 하는 싸구려 위로들 속에서 지쳐있었던 것 같아.

나는 잘 지내. 너도 그렇지?

-

*윗글은 픽션이지만, 진심을 바탕으로 쓰인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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