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망쳐버린 내 여행들

인생 여행지, 인생 맛집, 인생 풍경...?

by 월급쟁이 노마드

여행지를 선정하기 위해 유튜브를 본다. 여행지를 선정하고 나서 제일 보는 것도 유튜브다. 가이드 북과 그 도시와 관련된 책을 읽던 시절은 지나버린걸까. 사실 지금도 그렇게 해도 되지만 게을러져버린 나는 가장 쉬운 유튜브를 선택한다. 스위스에 살면서도 다른 매체가 아니라 유튜브에 의지해서 여행을 하곤 한다. 근데 언젠가부터 여행이 재미가 없어졌다.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 내가 이 산으로 둘러쌓인 스위스와 맞지 않는 걸까?라고 의심해보기도 했지만 드디어 범인을 찾았다.


유튜브가 나의 여행을 망치고 있었다.


여행에 대한 관심은 유튜브로부터 생기지만 여행의 재미를 갉아먹는 것도 유튜브다. 얼마전 연말을 맞이하여 춥고 구름낀 스위스를 벗어나기 위해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 사람들이 인생여행지니 뭐니 야단이어서 비행기 값도 괜찮길래 얼른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거의 2-3주 동안 시간이 날때마다 배우자와 유튜브를 봤다. 3대 에그타르트 가게, 인생 문어, 인생 해물밥, 유독 '인생'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길래, 아 정말 나에게도 즐거운 여행지이겠거니 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인생 여행지라고 하는 포르투가 나에겐 대항해 시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걷는 항구도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리뷰가 만개가 넘고 인생 해물밥이라는 집은 해물을 잠깐 담군 물에 밥을 익힌듯한 맛이었고, 3대 에그타르트는 따뜻할땐 먹을만 하지만 식은 건 계란 냄새가 비릿하게 올라올 정도였다. 물론 내 포르투와 리스본이 내 여행취향에 안맞을수는 있으나 유튜브를 보지 않았다면 이정도로 실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가 세상을 보는 창을 넓혀준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이미 좁은 창을 더 좁게 만드는 것 같다. 포르투갈 여행에 심취에 있는 사람에게는 포르투갈의 장점만 가득담은 내용을 추천해주고, 더 큰 기대를 만든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게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생 맛집, 인생 여행지라는 자극적인 키워드에 홀린 나도 잘못은 있다. 하지만 유튜브로 포르투갈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여행이 좀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스위스에 살면서 하는 여행도 똑같다. 유튜브를 보고 코스를 따라 가고, 화면에서 봤던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음~ 영상 그대로네라고 말하며 뜨뜻 미지근한 서양식 스프같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스위스에서 가장 즐거웠던 여행들은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자연 경관들, 한번도 소개된 적 없는 숨겨진 현지 맛집, 어디도 나오지 않는 작은 동네의 골목길 같은 것들이었다.


여행의 재미는 '발견'에서 나온다.


유튜버가 이미 다녀온 그 장소, 그 음식, 그 풍경이 아니라 내가 새로 접한, 내가 발견한 것들에서 재미가 오는데 우리는 그 발견하는 재미를 유튜브를 통해 잃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찾아간 가게의 문어밥이 맛이 없었다면 음식점을 선정하는 나의 안목과 감에 대해 반성했을 것이고, 나는 더 나은 가게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테고, 다음에 더 맛있는 집을 찾는다면 이 집과 비교하는 재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근데 유튜브에서 소개한 인생 맛집을 맛보고 거기서 실망을 하면 '짜증'만 날뿐이다. 대체 인생이라는 얘기 좀 그만해! 하면서 말이다.


난 앞으로 나의 여행을 위해 유튜브에게 의지하지 않을 예정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소중한 시간을 그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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