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좋겠다!

해외살이 네 번째 국가, 스위스의 첫 이야기

by 월급쟁이 노마드

어느 평범한 수요일이었다. 회사 게시판에 인사회보가 떴다. 내 이름 석자를 열심히 찾았고, 내 이름 옆에는 스위스 파견이라고 적혀있었다.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할까, 배우자에게 먼저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 멀리 사는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스위스 됐어!" 나보다 감성적인 엄마는 울먹이시며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엄마보다 나를 축하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그야말로 진정한 축하였다. (물론 배우자와는 저녁 외식을 하며 성대한 축하파티를 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회사에서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기 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좋은 일이니까 즐기기로 했다. 어쩌면 조용한 관종일지도?


사실 스위스는 해외생활을 하게 된 네 번째 국가다. 첫 해외생활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시작해서 프랑스, 한국, 튀니지, 한국, 스위스 이렇게 번갈아가며 살았다. 정확히 말해서 돈을 벌러 다녔다. 타지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위험한 상황도 많았고, 인종차별에 악을 쓰며 소리를 친적도 많지만 노마드의 생활은 포기할 수 없었고, 밥벌이도 포기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콩고에서의 근무는 내 첫 커리어였고, 지도교수님의 '가볼래?'라는 말에 30분도 안되어 가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콩고에서 일을 하기 위해 생존불어를 공부하다 '프랑스에 가야겠는데?'라는 생각에 프랑스에 갔고, '지중해 근처에서 살고 싶다'라고 생각하자마자 튀니지에 갔다. 이제 다시 유럽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때 스위스에 오게 된 것이다.


종교는 없지만 누군가가 내 마음을 듣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소름 돋는 부분은 튀니지에서부터 쓰던 노트북의 배경화면이 스위스의 마터호른이라는 것이다. 무려 7년째.

운칠기삼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운구기일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에서 운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 맘대로 안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단어이기도 하다. 스위스 파견이 내 힘으로만 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천 가지의 상황들의 조합이 나를 스위스로 가게 만든 것일 테다.


스위스 파견이 확정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좋겠다!'다. 수백 번은 들었고, 스위스에 와있는 지금까지도 듣는다. '좋겠다, 꿈같은 생활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다. '좋다'와 '싫다'의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면 나는 '좋다'를 고를 것이다. 근데 다들 알다시피 인생에 객관식은 없지 않나. 좋지만 괴롭다, 좋지만 슬프다, 좋지만 일을 떄려치고 싶다와 같은 수많은 주관식 답이 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그 주관식 서술형 답에 스위스 생활을 녹여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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