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혹에 흔들린다.
동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거 있다이가~ 큰 애 다녔던 학원 거기가 어디였지??"
같은 아파트 살던 인연으로 벌써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동갑내기 친구가 물어본다.
친구의 큰 애는 벌써 고 3이니 해당이 없을 거고 둘째, 그러니까 우리 둘째랑 동갑인 딸내미 학원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다니던 데는? 옮기려고?"
"어. 별루다. 별루야.."
내가 아는 내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 그렇구나. 벌써 6학년이니 슬슬 중등과정 공부가 가능한, 그리고 잘하는 곳을 알아보는 거구나. 뭔가 초조함이 몰려온다.
얼마 전, 큰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함께하는 멤버들과 모임이 있었다.
이제 아이들은 고2다. 우리 아이는 예고에 진학했기에 아무래도 인문계열 친구들보다는 학업에 있어선 덜 빡센 편이다. 그래서 아이 친구들의 하루하루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끔 저녁시간에 학원가에 아이들 픽업 온 차들의 행진을 보거나 하면 아, 다들 학원 간 아이들 기다리는 건가 보다 그 정도? 예전처럼 야간자율학습이 강제적인 게 아니다 보니 수업이 끝난 시간부터는 학원에서 밤 11~12시까지 수업을 듣는 게 요즘 인문계 아이들의 일상이란다.
"**야~ 예고 수업료 만만찮다고 어쩌냐 했는데 지금 우리 애 학원비가 그 보다 더 드는 거 같다. 달에 이백이다 이백!! 못살겠다."
수학, 영어는 기본이고 거기에 국어, 과학 등등.. 고2가 되니 수학 한 과목만 해도 50이 넘어간다고 한다. 헐.. 그렇게 최소 2군데 이상 보내는 게 기본이니 한 달에 최소 백만 원 이상이 사교육비에 꼬박 지출되는 셈이다. 안 보내고 싶어도 보내면 성적이 오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아이고, 무시라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한 달에 이백에 가까운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인서울을 하거나 좋은 과에 진학을 해서 자기 밥벌이하며 산다면야 무슨 걱정이겠나. 그런데 현실은 좋은 학교 좋은 과를 나와도 먹고사는 일이 녹록지 않은 걸 알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이 언니들이 갑자기 일을 시작한 거였구나. 다들 가정주부로 지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한다 싶더니 월급이 고대로 학원비로 나간다니 할 말이 없었다.
얼마 전 일타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단순히 일타강사와 전직 국가대표출신 엄마이자 이모와의 로맨스보다 아무래도 학부모다 보니 너무나 리얼하게 묘사된 현재 우리 아이들의 현실에 주변아이들의 삶이 드라마에 나온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싶어 너무나 슬펐다.
현재 우리 집 아이들은 아무도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큰 아이가 6학년 때 다니던 모든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부터 아이들 모두 온라인 학습만으로 학교 수업을 보충하고 있다. 사실 큰 아이의 희생 덕분에 사교육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교육에 열혈이었던 엄마 때문에 초1 때부터 학원뺑뺑이를 했던 우리 큰 애는 6학년 때 사춘기와 동시에 모든 걸 놓아버렸다. 그때 나는 내가 옳다고 믿어 온 아이의 교육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진 그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의 고민의 시간을 거쳐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아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이고, 나는 열심히 응원만 하는 중이다. 물론 조금 더 내신에 신경을 좀 써주면 좋겠는데 싶지만, 알아서 하겠거니 하다가도 빡치면 한 번씩 또 잔소리를 해댄다. (잔소리해봤자 아무 소용, 아니 더 역효과일 뿐이란 걸 대부분의 부모들은 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한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친구들, 싸인해야 하는 통신문들.. 정신없는 새 학기 준비가 끝나고 나니 우리집 2호, 3호가 벌써 초등 고학년이구나. 언제 이렇게 컸지 싶다. 동시에 큰일이네 이제 곧 중학생인데 친구네 아이처럼 중등대비반을 찾아서 지금이라도 보내야하나? 초조하고 불안하다. 지금처럼 공부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수만 번 나에게 질문을 해보지만 답이 명확하게 떠오르질 않는다.
온라인 학습을 기본으로 담당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번은 상담을 받으니 아예 사교육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선생님이 내주는 학습량이 조금 부족하다 싶어서 매일 내가 두 녀석의 영어 단어 시험과 문장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모르는 단어도 가끔 있기에 시험 치기 전 네이버 사전에서 발음체크를 한다.(미안하다. 엄마가 나이가 드니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ㅠㅠ)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지금 내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익도록 어떻게든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워주고 싶긴 한데 잘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처음엔 10분도 못 앉아 있고 들썩이던 엉덩이가 이젠 제법 시간이 늘어가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학원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아이들만 뒤쳐지면 어쩌지? 소신을 가장한 회피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얘들아~ 너희 학원 가서 공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제 곧 중학생인데.."
"싫어요!!!! 집에서 공부하고 더 많이 놀래요~"
에레이~~ 그러자!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보낼 거까지야. 하지만, 사교육의 유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매일 나는 근처 건물에 무슨 학원이 있는지 어떤 곳인지 검색하고 있다. 징글징글한 교육현실이다 진짜.
출처 : tvn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