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톰이 수학여행을 갔다.
한 달 전부터 들떠 있던 둘째 아이가 드디어 어제 수학여행을 떠났다.
목소리도 크고 시끄럽고 수다스럽고 늘 동생을 괴롭히고 하여튼 우리 집의 톰을 도맡았던 둘째 녀석이 아침 일찍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신난 뒤통수가 너무 귀여워서 웃기기도 하고 엄마 아빠 없이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 저렇게 좋을까 살짝 서운하기도 했다. 뭐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고 부모와 거리 두기를 연습해 나가는 거니까 애써 서운함은 숨기고 안전하고 재미나게 놀고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배웅해 주었다.
늘 누나에게 당하는 막내. 톰과 제리처럼 매일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 톰이 없는 동안 제리는 평화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당연하게 혼자 모든 것을 누리고 엄마 아빠의 사랑도 독차지하고 그렇게 신나 할 줄 알았다. 늘 자리싸움에 인형싸움에 지친 제리같은 아들이니 얼마나 좋을까. 이틀 동안 혼자 자유를 만끽하겠지~
우리 집 톰은 종일 단톡에 에버랜드에서 즐기고 있는 사진들을 올려댔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에버랜드니 얼마나 신기할까? 맛난 간식들과 놀이기구 타다 흠뻑 젖어도 신난 채로 젖은 바지 사진만 봐도 신남지수 초과인 걸 보니 내가 다 흐뭇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 먹고 있을 때 둘째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저 아마존 다섯 번이나 타느라 옷 다 젖고ㅋ~~~ 추로스도 먹고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고~정말 재밌어요. 근데 아빠는요?"
"아빠? 같이 계신데? 스피커폰으로 통화 중이야"
"아빠~~~~~ 너무 재밌어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나중에 또 전화할게요~~~"
아빠도 같이 맞장구쳐주고 즐겁게 대화가 끝났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근데, 엄마 누나는 왜 내 안부는 안 묻는 거예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금방 통화할 때 너도 같이 한마디 하지 왜?"
"누나가 아빠만 찾았잖아요"
그때부터 어깨를 늘어뜨린 채로 힘없이 집 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보기가 딱해서 핸드폰을 허락해 주었지만 그마저도 흥미가 없는지 잠시 하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레고를 했다가 좀체 한 가지에 집중을 못한다. 얼굴은 죽상을 하고는 누나에게 서운하다는 말도 못 하고는 혼자 톰의 빈자리를 어색해했다. 자기만 언급하지 않음에 서운한 마음을 도저히 숨기지를 못하는 녀석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잠들기까지도 내 손을 놓지 않고 자는 녀석이 토라져서 등 돌리고 자는게 안쓰럽기도 했다.
"이 녀석아~ 네가 누나한테 톡을 하면 되잖아. 잘 놀고 오라고 누나 없으니 심심하다고 빨리 와~ 요렇게 말이야"
"싫어요. 그럼 누나가 와서 놀릴 거예요"
아마도 연년생 이 두 아이에겐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작은 누나에게 그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한 건가???? 집에선 톰과 제리로 으르렁거리지만 밖에 나가면 늘 동생을 챙기는 둘째가 이번엔 친구들과의 여행이 너무나 신이 나서 잠시 동생의 안부를 잊은 지도 모르겠다. 아니, 가족들과 스피커 폰으로 통화했으니 당연 동생도 포함이라 생각했을 텐데 정확히 자기를 언급하지 않았음에 소심한 우리 아들은 나름 상처를 받은거겠지? 얼마 전 시장체험에서 주어진 용돈의 절반이상을 써서 누나 선물을 사 온 아들을 생각하니 괜히 짠하다. 누나에 대한 그리움과 서운함을 어찌 풀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물었다.
"아들~~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가 내일 사다 줄게"
"구슬 아이스크림요"
"알았다. 내일 엄마가 꼭 사다 놓을게"
ㅎㅎㅎㅎㅎㅎㅎㅎ 톰이 신나서 샘통이 난 제리 같으니라고.
좀 이따 구슬아이스크림이나 사러 가야겠다.
사진출처 : 네이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