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나 이 남자랑 더 살아야 해?

졸혼이든 이혼이든 생각만 만 번째.. 법원 문 닫기 전에 해야 할 텐데.

by 열정아줌마

"이 옷 안 빤 거가?"

"아니, 안 입었잖아. 새 거야"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는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방학이라 조카들이랑 시누가 온다기에 마트에 간다고 남편과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싸한 눈빛으로


"큰 소리 한 번 내려다 참았다"

"왜? 뭐 때메?


봉변도 이런 봉변이 없다. 일 년을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서로가 조금씩 짜증 날 일도 생긴다. 쉬는 김에 걱정 없이 푹 쉴 수 있게끔 나름 엄청난 배려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얼마 전부터 내 말투가 거슬린단다. 나긋나긋하던 내가 없어지고 마치 자기 엄마처럼 말투가 신경질 적으로 바뀐다고 버럭버럭이다. 특히나, 아침에 그러면 하루종일 화가 쌓인다나 어떻다나. 나참..


1년 동안 운동이라곤 안 하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고 식단을 바꾸고 20여 킬로 살을 뺄 동안 함께 등산을 하고 식단조절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늘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지인들과의 만남도 자제하고 있는데 진짜 나보다 연하였음 뒤통수 한 대 쳤을지도 모른다.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즘 불치병 환자다. 몸이 좋아지고부터 자기애는 더욱더 극을 달리고 있고, 그걸 감추느라 굉장히 친절한 척 안 하던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맞장구쳐주며 변화되고 있다고 피드백을 한다.


하지만, 사람은 고쳐쓸 수 있는 기계가 아님을 또 한 번 느낀다. 내 발등 내가 찍은 불쌍한 여자야!!

본성이라는 걸 거스르고 살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어서 잠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삐죽 디밀고 나왔다가도 다시 본성이 또 다른 자아, 즉 변화해야 할 내 모습을 가차 없이 쳐내버린다. 그리고, 다시 소환하기를 반복하는 게 인간이 사는 아주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가끔 내 남편은 변화하기를 거부한 그냥 본성대로 살고 싶은 게 분명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육아에 관해서만 예전과 180도 달라졌을 뿐 나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똑같다. 본인의 화의 원인은 모두 나이다. 이런 젠장할.. 이런 사람이랑 앞으로 아이들을 핑계로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


내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제공자!!!


신경질적인 어투로 내 말투가 바뀐다면 바로 스톱을 외쳐달라고 했다. 강한 남성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했는지 나 역시 퐈이팅이 지나치게 넘치는 것은 사실이니까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발동하고 있는지도.


당분간은 조용히 원하는 대로 나긋나긋하게 그래 그러지 뭐. 나중에 늙어서 보자 이 영감탱이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톰과 제리